한-EU, 브뤼셀서 철강 세이프가드 관련 양자협의 실시
정부 "EU가 보상 합의하지 않으면 양허 정지도 검토"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정부가 내달 2일부터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실시하는 유럽연합(EU)에 이번 조치의 문제를 지적하고 보상을 요구했다. 유럽연합은 쿼터로 인해 무역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은 쿼터조정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와 철강 세이프가드 관련 양자협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양자협의는 '세이프가드를 적용하기 위해 국제무역기구(WTO)에 제공된 정보(제12.2조) 및 세이프가드로 인한 부정적 효과에 대한 보상(제8.1조) 등과 관련한 협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WTO 세이프가드 협정에 의거해 열렸다.
철강 생산 현장 <사진=블룸버그> |
협의에서 한국측은 EU의 철강 세이프가드 최종조치 계획이 WTO 협정에 불합치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특히 개별 품목이 아닌 여러 품목들을 대분류로 묶어서 수입 증가와 피해 우려를 분석한 점,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수입증가·심각한 피해 등 세이프가드 발동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점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지난 4일에 열린 민관 대책회의에서 논의된 업계 의견을 반영해 △자동차·가전 분야 등 대(對)EU 투자공장 가동에 필요한 품목 배려 △조치기간 혼선·쿼터운영방식 등 WTO 통보문상 모호한 사항 명확화 요청 △사후적 품목예외 절차 도입 등을 EU측과 협의했다.
이에 유럽연합(EU)측은 미국의 232조 조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고 해명하며 이번 조치가 새로운 시장 수요는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여 검토(review)절차를 통해 쿼터로 인해 무역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은 쿼터조정 등을 통해 해결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한-EU 양측은 WTO 세이프가드 협정 제8.1조에 따른 보상규모 및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EU측과의 실무협의를 통해 보상 논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은 EU측이 보상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WTO 세이프가드 협정 제8.2조에 따른 양허 정지도 검토하는 등 WTO상 규정되어 있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철강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로 인한 우회수출 우려로 철강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했으며, 지난 4일 WTO에 최종조치 계획을 통보한 바 있다.
EU 철강 세이프가드는 쿼터 내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무관세,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이 적용된다.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후판, 철근 등 26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세이프가드는 올해 2월2일부터 21년 6월30일까지 3년간 발동되며, 1년차에는 2015~2017년까지 평균 수입물량의 105%를 무관세로 수입하고 이후 연간 5%씩 무관세 커터가 증가한다. 쿼터 방식은 전체 물량만 정한 뒤 이를 소진하면 그때부터 어느 나라 제품이든 관세를 부과하는 '글로벌 쿼터' 방식이다.
단 품목별로 수입점유율을 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국에 대해서는 '국가별 쿼터'를 적용할 예정이다. 국가별 쿼터가 적용되면 다른 나라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냉연, 도금, 전기강판 등 11개 품목에서 국가별 쿼터가 적용된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