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은 재판할 때가 가장 평온하고 기뻐”
“‘사법농단’ 수사 관련해 김명수와 갈등 없어”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안철상 법원행정처장(62‧사법연수원 15기)이 임명된 지 1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안 처장은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행정처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1년이 평상시 2년보다 훨씬 길었다”며 사의 표명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법관은 재판할 때가 가장 평온하고 기쁠 때다. 재판부 복귀는 당연한 것”이라며 재판 업무로 돌아가길 바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출근을 하고 있다.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안 처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재가는 아직 없었으나 이번엔 사표가 수리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처장직을 맡을 때부터 안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었다”면서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으나 그동안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이젠 해도 바뀌어 새로운 구상에 따라 업무 쇄신 필요도 있어 이번엔 받아들이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필요성을 두고 김 대법원장과 갈등을 빚은 건 아니냐는 물음에는 “대법원장과 큰 방향에서 입장이 다를 바 없다”며 “세부적인 의견 차이로 인해 갈등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안 처장은 지난해 5월 대법원 특별조사단 단장을 맡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조사했다. 안 처장은 당시 “형사 처벌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또 지난해 11월 28일 출근길에서 “명의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 단기간 내에 수술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며 “아무리 병소를 많이 찾는다 하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검찰로 넘긴 김 대법원장을 향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7일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사법부 자체조사와 추가조사, 특별조사, 수사협조의 뜻을 밝힐 때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경청해 신중히 결정했고 지금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고 했다.
지난 2일 시무식에서도 검찰 수사에 대해 “우리가 현재 겪는 어려움은 외부의 간섭 없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불가피한 일”이라며 “이를 위해 사법부 민낯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철상 처장은 지난해 2월 김소영 전 대법관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됐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중에서 임명되며 법원 인사와 예산 등을 총괄하는 요직으로 꼽힌다. 임기는 2년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안 처장 사의표명과 관련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대법원 청사로 향했다. 김 대법원장은 안 처장의 사표 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