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올해 애플을 포함한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기록적인 규모에 이른 가운데 주가 폭락으로 눈덩이 손실을 떠안았다.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와 해외 이익금을 주주환원과 주가 방어에 쏟았다가 된서리를 맞은 것.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신규 채용과 고정자산 투자 등 중장기 성장보다 주가 방어에 집착하는 기업들의 자금 운용이 또 한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현지시각) S&P 다우존스 지수에 따르면 올해 1~9월 사이 IT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5834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6% 급증한 동시에 2017년 연간 기록에 근접한 수치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치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유통 주식 수는 크게 줄었다. S&P500 기업 가운데 18% 가량에 이르는 종목의 유통 주식 수가 올들어 최소 4% 감소했다.
문제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커다란 손실을 봤다는 점이다. 지난 1~9월 사이 629억달러의 자금을 쏟아 부은 애플은 90억달러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었다.
웰스 파고도 같은 기간 133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가 27억달러의 손실을 봤고, 씨티그룹 역시 99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를 사들였다가 28억달러의 손실을 떠안았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같은 기간 45억달러 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고, 18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주가가 40% 가까이 밀린 결과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호워드 실버블라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기업 경영자들이 적절한 주가 매수 타이밍을 결정하는 데 실패했다”며 “시장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S&P500 지수는 연초 이후 8% 가까이 하락했고, 9월 고점에 비해서는 16% 이상 밀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통한 실물경기 부양을 시도했지만 상당 규모의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소실한 셈이다.
주가가 오를 경우 평가차익이 회복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정부의 세금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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