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보고서 채택 두고 사우디·러시아·쿠웨이트와 손 잡아"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폴란드에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이 석탄과 석유, 가솔린 등 화석연료가 빠른 시일 내 퇴출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해, 일부 국가와 환경주의자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에너지 및 기후 고문인 웰스 그리피스는 미국 측이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서 화석연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태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전 세계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개발도상국이 당분간 석탄과 석유, 가솔린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화석연료 사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난입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 "(화석 연료를) 땅속에 그대로 둬야 한다"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에 그리피스 고문은 "미국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을 땅속에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라며 "우리는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국가도 경제적 번영이나 에너지 안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응수했다.
이날 호주 측 대사인 패트릭 서클링도 "화석연료는 앞으로 상당기간 주요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NYT는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이래 비공식적인 화석연료 연합의 수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당사국총회에서 미국이 지구 온난화에 관한 보고서 채택을 막아선지 이틀 만에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이 같은 지지가 나왔다고 부연했다.
6일(현지시각)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4) 회의가 한창인 폴란드 카토비체 인근 도시 이밀린에서 한 환경단체가 "기후를 살려라, 사람을 살려라"라며 환경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의 일부 문구에 이견을 표출하며, 보고서 채택에 반기를 들었다.
IPCC 보고서는 재앙적인 (지구) 온난화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국무부는 보고서를 작성한 과학자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환영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WP는 미국 측의 입장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화력발전과 석유 탐사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을 쏟아낸 트럼프 행정부의 평소 견해와 맥을 함께 한다고 평가했다.
몇몇 대표들은 미국이 IPCC 보고서 채택을 두고 일부 문구에 반기를 든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정 뿐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국제 협상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토대마저 부인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쿠웨이트와 러시아 그리고 사우디가 미국과 보고서 채택에 대해 의견을 함께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몇몇 외교관들은 미국과 사우디가 비슷한 입장을 취한 것을 두고 놀랍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조지 데이비드 뱅크스 백악관 전 에너지 고문은 "미국과 사우디 양국은 풍부한 화석연료 자원을 자랑하는 국가"라고 설명하며, 양국의 공통된 입장은 그들의 상호 에너지 이익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