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윤계상 '소수의견'(2015) 이어 두 번째 호흡
우현·김태훈·김선영·민진웅 등 출연…1월9일 개봉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한국의 아픈 역사를 따뜻하게 다룬 영화 ‘말모이’가 2019년 극장가를 연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았다.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2017)의 각본을 쓴 엄유나 감독의 첫 영화로 ‘소수의견’(2015)을 함께한 유해진과 윤계상이 호흡을 맞췄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유해진이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말모이’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12.03 leehs@newspim.com |
엄 감독은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말모이’는 말이 모인다는 뜻이다. 1910년 주시경 선생님이 일본이 우리말과 글을 빼앗을 걸 대비해 사전을 만들었는데 그 원고 제목이 ‘말모이’다. 이후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조선어학회가 비밀리에 한 사전 작업이 ‘말모이’ 작전이다. 거기서 제목을 가져왔고 그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연출 계기를 놓고 “보통 일제강점기 영화는 독립군이나 위대한 영웅을 다룬다. 반면 우리는 사전을 만든 조선어학회도 있지만, 전국에서 말을 모아 보내준 수많은 사람과 함께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또 역사란 게 작은 행동이 모여 큰일을 이루는 거다. 그 부분에서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유해진은 조선어학회 사환이 된 김판수 역을 맡았다. 남매를 키우는 홀아비로 까막눈이지만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와 허세를 지닌 인물이다. 극장 기도로 일하다 잘린 후 아들의 밀린 월사금을 위해 감옥소 동기의 소개를 받아 조선어학회의 사환으로 취직한다.
유해진은 “‘말모이’는 순한 맛이 있는 영화”라며 “판수는 한심한 가장이고 무식한 사람이다. 근데 학회에 들어가고 후반부로 갈수록 변화가 있다. 까막눈이 글을 깨우쳐가는 변화도 있고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성장도 있다, 그래서 연기할 때 전반과 후반 변화, 그 차이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윤계상이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말모이’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12.03 leehs@newspim.com |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은 윤계상이 연기한다. 유력 친일파 인사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의 변질을 부끄러워하는 인물이다. 그는 식민 치하에서 우리말 사전을 만든다는 큰 목표로 작게는 아버지와, 크게는 일제와 맞선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이야기를 봤으면 했다”는 윤계상은 “조선어학회는 실존했던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아픈 역사를 감당해야 하는 게 생겼고, 영화적 모습보다는 진짜처럼 보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자연스레 그때 나라를 위해 애쓴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촬영 내내 마음 앓이를 했다”고 털어놨다.
유해진과 윤계상 외에도 우현이 술을 사랑하고 사람은 더 사랑하는 시인 임동익, 김태훈이 잡지책 ‘한글’의 기자이자 대쪽 같은 원칙주의자 박훈, 김선영이 학회의 비밀 서고와 사무실이 있는 분당책방의 주인 구자영, 민진웅이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조선어학회 막내 회원 민우철로 분했다.
끝으로 유해진은 “겨울에 따뜻한 순두부 같은 영화다. 근데 또 너무 밋밋하지 않고 적당한 양념이 있으니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고, 우현은 “열심히 말을 모았고 열심히 찍었다. 사람이 이제 모일 차례다. 많이 모여서 감동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말모이’는 오는 1월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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