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련 수업의 추억
필자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월요일 아침 학교 운동장에서는 ‘애국 조회’라는 행사가 있었다. 전교생이 반별로 학년별로 운동장에 줄 맞게 일렬로 서서 교장 선생님 말씀을 다 같이 들었다. 각 반의 학생 행렬 맨뒤에는 해당 학급 선생님이 뒷짐을 지고 학생들이 딴 짓 하지 않는가 뒤에서 보고 있었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 군사 훈련 수업인 ‘교련 수업’을 받았다. 먼지 풀풀 나는 운동장에서 제식훈련, 총검술 훈련을 받았다. 한 달에 한번 월요일 아침이면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교련 행진 및 분열 훈련을 받았다. 모두 위장 무늬가 새겨진 교련복을 입고 행사에 참석하였다.
학생 밴드부 행진곡 연주에 맞추어 다 같이 줄 맞혀 교장님이 앞 본부석 앞을 지나가는 행진을 했다. 마치 국군의 날 행사 축소판 행사를 했다.
이렇게 운동장에서 실시된 애국조회와 교련 훈련을 통해 줄을 똑바로 서고 발 맞추어 행진하는 훈련을 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질서훈련과 공동체 정신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교련 선생님은 군복을 입고 지도했으며, 학생들은 잘 훈련된 군대 같을 정도였다.
그 시절 학교 운동장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학교와 군대 병영의 구분이 크게 없었다.
1972년 매동 초등학교에서 월요일 아침 학생들이 애국 조회를 하고 있다. [출처: 중도일보] |
군 병영과 다를 바 없던 주입식 강의
잘 생각해 보면 그 시절 학교의 모습은 군대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학교 운동장과 군대 연병장은 똑 닮은 꼴이었다. 학교 운동장의 모습은 지금 군대 연병장 모습과 거의 똑 같다. 단 하나의 차이라면 운동장 양 끝에 축구 골대가 설치되어 있는 정도라고 본다.
1970년대 학교 운동장에서 실시된 고등학교 학생들의 교련 수업을 받고 있다. [출처: 나무위키] |
그리고 운동장 끝에 일렬로 있는 학교 건물과 교실의 모습도 군대 막사와 내무반 모습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교실 안에는 학생들이 쭉 줄 맞추어진 책상 앞에 머리를 짧게 깍고 앉아 있었고, 모두 똑 같은 검은 색 일제 군국시대 풍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교실 맨 앞에 칠판이 있고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선생님 강의가 있었다. 학생들은 그 칠판의 내용을 그대로 빠짐없이 열심히 노트에 옮겨 적었다. 학교 식당의 모습도 배급제 군대 병영의 식당과 다를 바 없다. 우리 학교의 건물, 공간의 모습은 군대 병영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그 시절 학교는 공간 설계 관점에서 군대와 학교의 차이가 없다. 학교에서 효율, 질서, 통제, 그리고 빠른 지식 주입이 더 중요했다. 딱 2차 산업혁명의 대량 생산 체계에 맞는 인간을 길러내기에 적당한 구조였다. 주어진 일을 벨트 앞에서 일정하게 하면 되는 역할이다.
학교 공간 설계 다시해야
하지만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순종과 기억력보다 창의력과 개별성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반도체 메모리가 사람의 뇌보다 훨씬 많은 양을 정확하고 오래 기억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서비스가 인터넷에 널려있게 되는데, 이미 알려진 지식을 주입한다고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구글에 검색하면 1초 이내로 모든 정보가 다 튀어 나오는데, 칠판에 선생님이 적고, 그 내용을 받아 적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이제 학교의 개념과 기능이 바뀌어야 하고 그에 맞게 학교의 공간 설계가 변화해야 한다.
joungho@kaist.ac.kr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