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김태용 영화감독, 방준석 음악감독 등 의기투합
'꼭두' 소재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스크린과 무대로 전해
오는 24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어렸을 땐 어리다는 이유로 장례식에 갈 수 없었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이미 전통적인 장례식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시대다. 공연 '꼭두'는 국악과 영화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독특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저승을 만나볼 수 있게 한다.
'꼭두' 공연장면 [사진=국립국악원] |
'꼭두'는 국립국악원(원장 임재원)이 제작하고 영화 '가족의 탄생', '만추' 등으로 잘 알려진 김태용 영화감독, '신과 함께', '군함도' 등의 방준석 음악감독이 참여한 작품이다. 지난해 새로운 시도로 인기가 높았던 '꼭두'가 올해 새롭게 업그레이드돼 다시 관객과 만나고 있는 것. '영화를 만난 국악 판타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영화인 듯, 국악 공연인 듯 이색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작품은 할머니의 꽃신을 찾아 떠나는 수민, 동민 남매의 여정을 그린다. 강아지가 갖고 싶어 집안의 안 쓰는 물건을 찾던 중 할머니의 꽃신가지 챙긴 남매는 강아지를 데리고 돌아오다 할머니가 쓰러진 소식을 듣게 된다. 죽음에 임박한 할머니가 꽃신을 찾는 것을 알게 되자 어린 두 남매는 꽃신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예기치 않게 저승길목으로 떨어지게 된다.
'꼭두' 공연장면 [사진=국립국악원] |
극의 제목인 '꼭두'는 전통 상여를 장식하던 나무 조각품이다. 이들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망자의 저승길을 안내하는 존재들이다. 작품엔 어둠 속에 빛을 밝혀 길을 찾는 '길잡이꼭두'와 어두운 존재나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무사꼭두', 여행하는 이를 보살펴주는 '시중꼭두',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광대꼭두'가 등장한다. 상상 속의 동물 '해태'도 이들과 함께 한다.
현실 세계와 저승 세계는 스크린과 무대로 나뉜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 속에는 푸르고 평화로운 동네의 모습과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다. 반면 저승을 상징하는 무대 위에서는 전통춤을 통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서천꽃밭을 나타내는 부채춤을 시작으로 장구춤, 삼도천의 살풀이, 강강술래, 법고춤 등 다양하면서도 화려한 무대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꼭두' 공연장면 [사진=국립국악원] |
죽지 말았어야 할 아이들의 저승 여행과 죽기 직전인 할머니의 이야기가 병치되면서 관객들은 빠르게 감정이입 되고, 남매를 응원하면서 몰입하게 된다. 남매와 함께하는 네 꼭두의 모습은 늠름하다기보다 다소 어설프고 허술할 때도 있지만, 때문에 저승 이야기임에도 귀엽고 미소를 짓게 한다. 또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살피려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큰 캐릭터로, 신비의 존재지만 매우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아이들은 결국 꽃신을 찾아 할머니 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명이 다한 할머니는 저승으로 떠나고, 네 꼭두는 다시 한 번 저승길을 안내하게 된다. 할머니의 장례를 통해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전통 장례 의식이 스크린으로 보여진다. 할머니의 상여를 장식한 네 꼭두를 비롯해 상여꾼들의 '진도만가'와 함께 하는 장례 행렬이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날씨와 맞물려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꼭두' 공연장면 [사진=국립국악원] |
국립국악원 연주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로 연주해 공연에 생동감을 더한다.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대금, 퉁소, 피리, 장구 등 전통소리의 아름다운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다. 또 지난 공연에 이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 김수안(수민 역)과 7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훌륭히 연기를 소화한 최고(동민 역)의 사랑스러움이 감탄을 자아낸다. 조희봉(시중꼭두 역)과 심재현(길잡이꼭두 역), 이하경(광대꼭두 역), 박상주(무사꼭두 역)도 익살스러운 연기로 꼭두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공연 '꼭두'는 오는 24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