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우울한 원유 수요 전망…트럼프 감산 반대
FT "옵션 결제일 막판 하락 베팅에 움직임 과도 "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하락세를 거듭하는 국제 유가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공급 증가와 수요 전망 악화로 타격을 받은 원유 시장에서 도망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가격은 배럴당 55.69달러로 7.1% 하락하며 3년 여만에 최대 일간 낙폭을 기록했다. 런던 대륙간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월물은 6.6% 떨어진 65.47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WTI 선물 가격은 12거래일 연속 하락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브렌트유 가격은 12거래일 가운데 11일 하락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미국이 이란 석유 금수 제재에서 8개 국가에 면제를 부여하며 이란의 석유 수출을 일부 허용한 가운데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OPEC은 월간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약 3150만배럴로 두 달 전 예상보다 50만배럴, 현 생산량보다는 약 140만배럴 낮을 것으로고 전망했다. 산유국들이 감산 신호를 보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회색) OPEC 생산량, (빨간색) OPEC 2019년 수요 전망 [자료= 블룸버그통신] |
11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는 다음달부터 하루 50만배럴 감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OPEC 회원국을 비롯해 러시아 등 산유국이 사우디 행보를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산유국의 감산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자 원유 시장에 공급 과잉 심리가 짙게 깔렸다.
라쿠텐증권의 요시다 사토루 상품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OPEC을 계속 억제할 것 같다"며 이로 인해 "OPEC 회원국과 비(非)OPEC 국가의 감산 합의는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요 증가세 둔화 시나리오는 놀랄 일이 아니다. OPEC의 월간 보고서에 이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부에서 원유 공급이 계속 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FT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州) 퍼미안과 뉴멕시코 등 셰일 지역에서의 이달 생산량은 하루 780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전 예상치에서 11만7000배럴 늘어난 것이다. 내달에는 셰일 생산량이 하루 790만배럴로 역대 최대를 나타낼 것으로 미 에너지정보청은 전망했다.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코언 석유 분석가는 "이런 재료들을 모두 합치면 85달러 시장 환경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달러화 강세도 달러로 표시되는 원유 가격을 끌어내린 요인이다. 블룸버그달러스팟지수는 14일 18개월 만에 최고치 부근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다.
트레이더들은 유가에 대한 하락 압박이 한동안 형성돼 왔다고 지적하면서도 13일 급락세는 옵션 시장의 기술적 측면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결제일이 14일인 WTI 12월물 옵션에서 WTI를 배럴당 55달러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풋옵션의 미결제약정이 대규모로 있었다고 FT는 설명했다.
때문에 해당 풋옵션 보유 투자자에게 선물 가격을 55달러로 밀어붙일 동기가 생겼고, 반대로 풋옵션을 판매한 투자자는 가격 하락에 대비해 숏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어 가격 움직임이 과도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TI 옵션 변동성지수는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옵션 거래량은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그레셤 인베스트 매니지먼트의 더글라스 헵워스 상품 펀드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결국 맞닥뜨린 것은 괴물같은 헤지 위험"이라고 전했다.
한편, 14일 아시아 거래 시간대에서 이날 우리 시각 4시 16분 현재 WTI 선물 가격은 0.59% 내린 55.36달러, 브렌트유 가격은 0.23% 내린 65.32달러에 호가됐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