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됨에 따라 보호 무역주의와 국수주의로 대변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대(對) 중국 정책을 제외하고 기존 정책 노선이 민주당의 반대로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통신, CNN방송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차지가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CNN에 따르면 하원 435석 전원을 새로 뽑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과반 의석 218석을 향해가고 있다. 전체 100명을 뽑는 상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이미 51석을 가져갔다.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이 상하원 전부를 장악했던 의회 구도가 교착 국면으로 빠져드는 셈이다.
미국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따라 우선 무역 부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공들였던 나프타 대체 협정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의회 승인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했기 때문에 USMCA의 최종 통과는 보장된 상황이지만 민주당이 노동자에 유리한 조항을 요구할 공산이 커 하원에서 표류할 확률이 높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 강경 무역정책은 기존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식재산권 도용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강경 정책은 공화·민주를 막론하고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데다 '중국제조 2025' 등 중국의 기술 굴기가 안보 위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외교 부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뚜렷한 결실이 없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원하는 북한에도 민주당의 하원 장악은 원치 않는 그림이다.
앞서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손발이 묶이면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바로 제동을 걸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왔던 대북 정책에 훼방을 놓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치 않고 있다는 해석에서다. 상황을 좀 더 본 뒤에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수사와 대러시아 제재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 언론인 피살 사태로 국제적 비판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강경한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사우디와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막판 집중 공략에 나섰던 이민 정책에도 민주당의 압박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공화당 온건파 진영과 민주당은 올해 초 '드리머(어릴 때 부모를 따라 불법 입국한 청소년)' 보호 법안 통과를 위해 의기투합을 시도했지만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드리머 보호 법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민주당은 공화당이 추진했던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정책)' 개혁안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하원 탈환 소식에 금융 시장은 커다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결과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심하는 모습이다. 우리 시간 7일 오후 3시 2분경 S&P500지수 선물은 0.1% 올랐으며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0.2% 내렸다. 일본 엔화 가치는 미 달러 대비 0.2% 상승한 113.18엔에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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