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쓰나미를 방불케하는 폭락을 연출했던 뉴욕증시가 또 한 차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예상치에 밑돌면서 장 초반 반등했던 주가는 상승 탄력을 지켜내지 못한 채 아래로 흘러내렸다.
단기적인 과매도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지만 월가의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가 이르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촉발된 증시 패닉이 종료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1일 한 트레이더가 머리를 만지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1일(현지시각)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0.1% 오르는 데 그치면서 국채 수익률이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주가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전날 800포인트 이상 폭락한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한 때 700포인트에 가까운 급락장을 연출했고, 대형주와 기술주도 동반 하락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한 때 28까지 뛰었고, S&P500 기업 가운데 80%에 이르는 종목이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서 기술적인 측면의 조정에 진입하는 등 증시 패닉을 엿보게 하는 기록이 속출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9년 이상 이어진 장기 황소장이 이번 금리 상승을 빌미로 종료될 것인지 여부다.
뉴욕증시의 장기 추세 전환을 장담하기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추가로 발표될 물가 지표와 기업 실적을 결정적인 변수로 지목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과 국채 수익률의 추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완전 고용에 따른 임금 상승 가능성은 월가가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BNP 파리바와 UBS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의 확장 사이클을 꺾어 놓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3분기 기업 실적은 주식시장에 상승 동력을 제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섣부른 저가 매수를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된 상황에 기업 이익 성장이 둔화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또 한 차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씨티그룹은 투자 보고서를 내고 “3분기 기업 이익 전망이 증시 하락 리스크를 더하고 있다”며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기업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기업의 비중이 2016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모간 스탠리도 보고서에서 3분기 기업 이익률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전쟁 속에 수요가 위축된 데 따라 특히 IT 섹터를 중심으로 이익률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밖에 무역전쟁에 따른 실물경기 타격과 중국 경기 둔화 및 위안화 하락 위험까지 투자자들이 외면하던 악재가 증시에 적극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GAM 홀딩의 찰스 헤프워스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증시 주변 곳곳의 균열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내년 초까지 리스크 노출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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