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원 등 제한구역 내 자동차 공회전 심각
노후 경유차 단속 나선 시 정책에 시민들 의문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서울시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에 나선 가운데, 도심 공원에선 화물차 등의 공회전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에코도시'를 지향하는 서울시 정책이 근본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도심의 한 대형공원 주차장 2018.10.04. [사진=김세혁 기자] |
초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난지천공원 주차장에선 대형버스와 화물차 일부가 공회전을 하고 있었다.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는 이들 차량 옆으로는 '공회전 금지'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도심 공원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차량 공회전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같은 날 밤 찾아간 이 공원 주차장에선 공회전을 하는 경유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주차장 바로 옆 산책로까지 매캐한 매연이 깔려 있었다. 당연히 바람을 쐬러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코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틈나면 이 공원을 찾는다는 대학생 K(22)씨는 "공회전하는 대형버스가 한 대만 있어도 공원 곳곳으로 매연이 금세 퍼진다"며 "맑은 공기 마시며 산책하러 나왔다가 시커먼 매연만 먹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반려견과 공원을 자주 찾는 직장인 L씨(34)도 "공원에 나올 때마다 디젤차 공회전을 쉽게 목격한다"며 "365일 밤낮 없이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데 단속이 되는 건 한 번도 못 봤다"고 아쉬워했다.
경유 차량의 무분별한 공회전은 이 공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의 월드컵공원을 비롯해 서울시내 대부분의 공원에서 차량들이 공회전을 하고 있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고 차량 내부를 청소할 때, 또는 운전자가 휴식을 취할 때 주로 차량 공회전을 한다.
제한된 구역에서 행해지는 차량 엔진 공회전은 엄연히 불법이다. 경유차는 5분, 휘발유 및 가스차는 3분 이상이 단속 대상으로, 과태료 5만원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도 차량 공회전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도심 공원은 물론 학교 앞, 건물 지하주차장, 버스터미널, 심지어 고궁 주차장에서도 공회전 차량을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불법행위가 늘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단속의 부재다. 실제로 차량 공회전이 단속되는 상황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단속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서울시 전체 차량 공회전 단속인원은 고작 7명으로 밝혀져 빈축을 샀다. 서울시가 고궁 등 2600여개소를 대상으로 중점 단속에 나선 이듬해의 공회전 단속인원 역시 7명이었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공회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화물차 운전자 P씨(54)는 “겨울철의 경우 경유차량은 예열시간이 필요한데, 무조건 5분으로 맞춰 단속하는 건 억울하다”며 “차량 연식이나 운행거리, 계절을 고려한 탄력적인 정책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노후 경유차의 운행 제한도 좋지만 공회전 단속이 먼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는 대기오염이 심한 날 노후 경유차 운행을 막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내년 2월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서울시는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발령 시 노후 경유차 운행을 이미 제한하고 있다.
K씨는 "대형버스 등의 공회전 피해가 심각해 민원을 넣어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며 "경유차 운행제한과 함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을 잡아야 미세먼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