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점유 vs 상인 생존권
행정집행 이후 갈등 불씨 꺼지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현우 수습기자 = 옛 노량진수산시장 빈 점포 다섯 곳에는 녹색 나일론 그물과 함께 경고판이 붙어있었다.
“본 구역은 사유지로 소유주의 허락 없이 임의로 영업할 수 없는 장소입니다.” 여기에 경고판이 더 추가됐다.
수협은 20일 공실 점포 한 곳에 길이 1m 쇠파이프 10개를 박고 그 위에 경고판을 달았다. 경고판은 하루 만에 모두 부서졌고 하얀 부스러기만 남아있다.
21일 옛 노량진수산시장. 빈 점포에 쇠파이프가 박혀 있다. 수협이 부착했다던 경고판은 흔적만 남았다. <사진=김현우 기자> 2018.09.21 withu@newspim.com |
명절에도 노량진수산시장 소유주인 수협과 옛시장 상인 간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노량진수산 현대화TF팀은 명도소송 집행 이후에도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3시를 전후해 시장에 온다.
이연우 TF팀장은 “상인들이 공실 점포에 물건을 쌓는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옛시장 상인들이 임대료나 사용료를 내지도 않고 상인들이 빈 점포에 물건을 쌓아뒀다는 설명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21일 오전 9시20분에도 TF팀 40명이 노량진 수산시장에 왔다.
옛시장의 한 상인이 말다툼 끝에 수협직원에게 물벼락을 뿌렸다. 직원들은 점포 밖에 쌓인 좌판과 빈 상자를 점포로 밀어 넣었다. 5.0㎡(1.5평)짜리 점포에 물건을 두는 게 아닌 고객 통로에 물건을 쌓았다는 이유다.
상인들은 몸으로 직원을 막기 시작했다. 상인들 명분은 ‘영업방해’다. 직원들도 지지 않았다.
21일 옛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이뤄진 '공실관리'에 상인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2018.09.21 withu@newspim.com |
부상자도 적지 않다. 한 시장 상인은 오른팔 상박과 왼팔 손목에는 피멍이 들었다. 이연우 TF팀장 역시 턱이 긁히고 왼팔에 피멍이 생겼다.
갈등 이유는 ‘점유’다. 대법원은 상인들이 불법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상인들 입장은 다르다. 수협이 약속한 것과 달리 새로 조성한 시장이 공간도 좁고 장사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상인은 “새 시장은 자리도 좁은데다 임대료도 71만원으로 구시장 30만원보다 높다”고 말했다.
수협 관계자는 “고객 이동통로를 불법 점유해서 점포가 넓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20일 옛 노량진수산시장 수협 노량진수산 현대화TF 팀원들이 점포 바깥에 쌓인 상인 물품을 치우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2018.09.21 withu@newspim.com |
앞서 대법원은 6일 구시장 상인들이 불법 점유한 자리와 부대·편의시설 294곳(358명)을 대상으로 명도소송 강제집행에 나섰다. 하지만 1시간 만에 철수했다. 지난해 4월, 올해 7월에 이은 세 번째다.
서울시도 지난해 10월 5차례 갈등조정협의회를 열어 조정에 나섰지만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조정에 참여했다고 밝힌 서울시 관계자는 “갈등 폭이 커서 조정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양측 갈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옛 시장 상인 측 20명은 지난 3일 제3자이의의소를 제기해 판결 선고 시까지 강제집행 정지를 명하는 잠정처분을 받았다. 수협노량진수산은 20일 상인 측을 소송사기 및 강제집행 면탈혐의로 고소했다.
한 수협 관계자는 “TV토론이나 공론화위원회 같은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겠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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