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기협 주최 '인터넷 규제 강국' 주제 토론회 개최
전문가들 "글로벌 수준의 규제 완화로 역차별 문제 해소해야"
[서울=뉴스핌] 성상우 기자 = 시대 착오적인 정부 규제로 국내 인터넷 시장 점유율을 해외 기업에게 내주게 됐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왔다. 인터넷 실명제 이후 이용자들이 국내 기업 플랫폼에서 대거 이탈,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다시 정립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한성숙, 인기협)는 19일 서울 삼성동 엔스페이스에서 '2000년 인터넷강국vs2018년 규제강국'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인터넷 기업에 대한 현재의 촘촘한 규제 시스템이 바뀌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수준의 규제 완화를 통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사이의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인기협 주최로 '2000년 인터넷강국vs2018년 규제강국' 주제의 토론회가 19일 열렸다. [사진=성상우 기자] |
IT법률 전문가인 구태언 테크엔로 대표 변호사는 정부 규제 때문에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피해를 본 사례로 '인터넷 실명제와 유튜브 케이스'를 꼽았다. 2007년 하반기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되면서, 당시 동영상 시장 점유율 22.7%와 22.1%로 각각 1,2위에 있었던 다음TV팟과 판도라TV의 점유율이 2010년대 들어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
반면,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던 해외 기업 유튜브의 점유율은 2007년 4.5%에서 2013년 63.5%까지 수직상승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시장 점유율은 85.6%에 이른다.
산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일률적인 규제 때문에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성됐다는 지적이다.
규제 기조의 변화 방향에 대해 구 변호사는 "해외기업에게 조세정의를 내세우는 것이 반드시 우리 기업에게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면 근본적으로 규제가 쉽게 만들어지게 되는 정책 환경을 개선해야한다. DJ정부 시절 설립된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미 20년이 됐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게 정부가 남발하는 규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역시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유튜브와 구글은 인터넷뉴스 사업자로 등록조차 돼있지 않다"면서 "신문법 개정안 내용으로도 이들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역차별은 더욱 심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규제 혁신 방향성에 대해서도 구 변호사와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는 동감하지만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해외 기업 입장에서 5000만명에 불과한 국내 시장을 버리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고, 장기적으론 우리 기업의 해외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박성중 의원은 구글세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구글의 1년 광고사업비가 5조원 가까이 되는데 세금은 내지 않고 있다. 우리도 유럽처럼 구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혁신 필요성에 대해서도 그는 "규제 혁신은 시대의 소명"이라면서 "많은 규제를 하나씩 풀기는 어렵기 때문에 규제샌드박스 같은 규제프리존 제도로 일괄적으로 해결해야한다. 국회가 발의하는 법안 역시 건수로 순위를 매기지 말고 실효성 법을 냈는지를 따지는 풍토가 조성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