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디테일 축구'로 무승부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앞날이 기대되는 미완의 축구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피파랭킹 57위)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랭킹 12위’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0대0로 비겼다. 승점 1점 차로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칠레는 코파아메리카 2회 우승과 한때 피파랭킹 4위에 올랐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산체스를 제외하고는 주전을 출장시킨 칠레는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펼쳤다. 한국에게는 모처럼 '진짜 강팀'과의 소득있는 친선 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최전방, 공격2선에 손흥민(토트넘), 남태희(알두하일), 황희찬(함부르크)을 배치했다. 기성용(뉴캐슬)과 정우영(알사드)이 더블 볼란테로 나서고 포백은 홍철(수원), 김영권(광저우), 장현수(FC도쿄), 이용(전북), 골대는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맡았다. 벤투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에 비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대신 황의조, 김승규(빗셀 고베) 대신 김진현, 이재성(홀슈타인 킬) 대신 황희찬 등 선발 3명만 바뀌었다.
손흥민과 비달이 볼 경합을 하는 모습[사진= 대한축구협회] |
# 벤투 “대표팀 정체성 확인하는 기회”
벤투 감독은 경기전 공식 인터뷰서 “이번 경기는 대표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한국 대표팀이 전술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 코스타리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디테일 강한 세련된 축구로 코스타리카아와의 데뷔전을 승리로 이끈 벤투호는 ‘견고한 팀’ 칠레를 상대했다.
# 칠레 감독 “축구 말고는 묻지 말라”
경기전 디에고 발데스(24·모나르카스 모렐리아)의 눈찢기 인종차별 제스추어에 대해 “축구 말고 다른 것은 묻지 말라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루에다 감독은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했다. 칠레 선수들의 플레이도 남달랐다. 지난 7일 홋카이도 지진 여파로 일본과의 평가전이 취소된 칠레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열심히 뛰어 다녔다.
# ‘월드클래스 축구’ 칠레와의 한판
양팀 모두 공수 전환이 빨라 골은 안나왔지만 박진감 넘친 경기였다.
아르투로 비달(31·바르셀로나)등의 칠레는 단단한 조직력과 수비로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등이 간간히 상대 문전을 돌파했으나 좀처럼 뚫리지 않았다. 조직력이 완벽하다시피한 칠레는 순간적으로 수비 4명이 한국 공격수를 에워쌌다. 여기에 가브리엘 아리아스 골키퍼의 선방이 있었다.
기성용이 중원에서 볼배급했지만 상대의 압박에 막혔다. 이에 한국은 백패스를 남발했다. 칠레의 강한 공격에 수비 조직력도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노출했다.
후반11분 비달이 차낸 슛은 골대 윗쪽을 가까스로 벗어났다. 이후 벤투 감독은 황의조 대신 지동원을 투입, 변화를 꾀했다. 후반 들어 첼레는 70% 공격점유율을 보였다. 비달의 실수로 골을 내주지 않은 후반18분 남태희 대신 이재성이 투입, 골을 노렸다.
이후 한국의 압박에 비달은 후반 28분 교체됐다. 후반37분 기성용은 박스 왼편에서 기습 슈팅을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막판 수비수 장현수의 백패스로 골 헌납 상황을 맞았으나 다행히 발데스의 슛이 빗나갔다.
칠레와의 평가전을 지켜보는 벤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사진= 대한 축구협회] |
# 벤투와 대한민국, 잘맞는 궁합
벤투는 한국을 맡기 직전 중국 프로축구(슈퍼리그) 충칭 리판 감독으로 실망스런 성적을 냈다. 15경기에서 5승2무8패라는 저조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벤투는 “한국에 와보니 중국의 환경이 얼마나 나빴던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감독과 선수간 궁합의 문제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명의 전문 코치와 시작한 벤투는 데뷔전인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디테일 강한 축구’를 보여줬다. 칠레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비와 공격 등 많은 면에서 다듬어 진 모습이 보였다.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태극 전사들은 벤투 감독이 요구하는 업그레이드된 현대 축구를 느끼고 체험했다.
일본은 같은 날 열린 평가전에서 코스타리카를 3대0으로 꺾었다. 전반 16분 쇼 사카키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21분 미나미노 다쿠미, 후반 48분 준야 이토의 연속골로 승리했다. 모리아스 일본 대표팀 감독도 벤투와 마찬가지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데뷔전 승리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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