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항소심서 징역 25년·벌금 200억원 선고받아
정유라 승마지원·영재센터 관련 유죄 '추가'
재판부, 이재용 승계작업 관련 묵시적 청탁 인정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이의 묵시적·부정청탁을 인정해 박 전 대통령에게 1심 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형량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한 법조계 일각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5년·벌금 200억원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4월 선고된 1심 징역 24년·벌금 180억원보다 징역 1년, 벌금 20억원이 각각 늘어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늘어난 것은 당초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삼성그룹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및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관련 뇌물 인정 범위를 보다 넓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의미의 승계작업은 그 성질상 경제적·사회적·제도적·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구체적 내용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청탁 대상인 직무행위에 대응하는 승계작업은 대통령 직무와 영재센터 등에 제공되는 이익 사이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원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17.05.23. yooksa@newspim.com |
삼성그룹이 대주주 일가의 지배권 축소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해 왔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실시 시점과 삼성그룹의 지원 등 전반적인 정황 등을 살펴볼 때 이 둘 사이에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과 관련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재판부는 "영재센터 지원의 경우 그 지원 대상, 규모, 방식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었고 삼성은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공익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원을 결정하고 후원금 산출 근거 검토없이 후원금을 지금했다"며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와 함께 외국 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및 투자유치, 바이오 사업 지원 요청 등 취지의 부정 청탁이 이뤄졌다고도 판단내렸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과 관련해서는 원심과 같이 부정청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그동안 관련 재판마다 다르게 판단했던 뇌물 인정 액수 역시 형량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최 씨 딸 정유라 씨에게 승마를 지원한 부분과 관련, 원심은 소유권이 최 씨 측에 이전됐다고 볼 수 있는 명마(名馬) '살시도', 또 관련 용역대금 전액에 대해서는 뇌물로 인정했다.
그러나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차량과 삼성이 최 씨 측에 공여하기로 약속한 뇌물 금액에 대해서는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2심 재판부는 액수가 정해지지않은 뇌물수수 약속 부분을 추가적으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용역대금 가운데 말 보험료 약 2억원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결국 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인정된 승마지원 관련 뇌물 액수는 약 86억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재판부는 72억원을, 2심에서는 36억원을 각각 뇌물로 인정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1심 재판부도 72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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