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단순 ATM…‘주목받는’ 스마트 ATM
은행 창구 업무의 85% 이상 제공…고객편의 극대화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온 현금자동입출금기(AMT)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가능한 대부분의 업무를 제공하는 스마트 ATM이 단순 입출금 업무만 제공해왔던 ATM을 대체하고 있는 것. 비대면 거래가 익숙한 고객의 편의와 단순 처리업무 분산을 통해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란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 위치한 스마트 텔러 머신을 이용해보고 있는 허인 KB국민은행장.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달 중 전국 영업점 가운데 고객 디지털금융 수요가 많은 곳을 선정해 스마트 ATM인 ‘스마트 텔러 머신(STM)’을 30여 대 설치할 예정이다. 이후 고객 반응에 따라 내년까지 최대 100여대의 스마트 ATM을 설치·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STM은 기존 ATM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자동화기기다.
고객은 신분증 스캔·손바닥 정맥 바이오인증·화상상담 등을 거쳐 영업점 창구에서 가능한 대부분의 업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다. △통장 재발급 △체크카드 발급 △보안카드 및 OTP 발급 △통장 비밀번호 변경 등의 단순 처리업무를 창구에서 기다리지 않고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 2015년 말 ‘디지털 키오스크’란 명칭으로 유사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 ATM을 처음 선보였다. 지난달 말 기준 총 45대를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현재 약 50여대의 스마트 ATM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은 스마트 ATM을 활용해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개념 영업점 ‘디지털뱅크’를 운영 중이다. 입·출금, 계좌이체 등 단순 업무부터 통장개설, 인터넷·스마트뱅킹 신청, 각종 카드 신청 등의 서비스까지, 은행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업무의 85% 이상을 스마트 ATM을 통해 제공한다.
주요 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된 자동화기기(CD/ATM) 감소세와 대조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자동화기기 수는 2만7609대로 2015년 말(3만2003개)과 비교해 4394개나 줄었다. 현금보다 체크·신용카드를 선호하는 소비패턴의 변화와 모바일·인터넷뱅킹 활성화 등이 맞물리며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스마트 ATM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결국 지점 축소에 따른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은행 창구 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로 정해진 영업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 지점 폐쇄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 업무의 분산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체크카드 재발급 등의 단순 업무를 스마트 ATM이 제공할 경우, 고객은 대기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은행 창구 직원은 단순 업무에서 해방돼 효율적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며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스마트 ATM을 주목하고 있다”며 “지점 통·폐합 등으로 불편을 겪을 수 있는 금융소외 지역을 커버할 방안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