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터키 리라화 위기가 유럽 은행권까지 전염될 수 있다고 우려하자, 유럽시장 초반 유로가 미달러 대비 급락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일부 유럽 은행들의 터키 익스포저를 검토하고 있다며, 스페인 BBVA, 프랑스 BNP파리바,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등이 리라화 추락으로 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소식에 유로/달러가 1.146달러로 0.5% 하락했다.
지난 1년 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약 33% 추락했다. 막대한 재정적 경기부양책, 인플레이션 급등, 불어나는 경상수지 적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중앙은행 정책 결정 관여 등이 리라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터키 억류를 문제 삼아 터키 법무 및 내무 장관의 재산을 동결하는 제재 조치를 취한 후, 터키 대표단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해 미 국무부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10일 리라는 미달러 대비 10% 이상 급락, 달러당 6.21리라로 사상최저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리라화가 하락하면 터키에 투자한 유럽 은행들에게 악재다. ECB는 특히 외화로 차입한 터키 국민들이 리라화 절하를 감당하지 못하고 디폴트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외화 차입은 터키 은행권 총자산의 약 40%를 차지한다.
국제결제은행(BIS) 데이터에 따르면, 터키 국민들의 외화 대출 규모는 스페인 은행에 833억달러(약 94조1290억원), 프랑스 은행에 384억원(약 43조3920억원), 이탈리아 은행에 170억달러(약 19조2100억원)에 달한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터키 5년물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가 379bp(1bp=0.01%포인트)로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 터키의 디폴트 리스크가 급증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숀 캘로우 웨스트팩 외환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최근까지만 해도 리라화 추락은 우려보다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터키 내부 문제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시장이 다소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터키발 리스크가 유로존 은행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고 유로존 은행들은 대응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카스텐 헤세 베렌베르크은행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터키 은행권 위기가 완전히 터지면 터키 익스포저가 큰 유로존 은행들이 영향을 받겠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며 유로존 전체 은행권의 터키 익스포저는 유로존으로까지 위기를 확산시킬 정도로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터키발 리스크가 유로존 은행권 위기로 비화하더라도 유로존 은행들은 위기를 진화할 수단이 충분하다. 터키 은행권 붕괴가 유로존 위기로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한편 터키는 외환보유액이 상당히 적어 곧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AM인터내셔널매니지먼트의 신흥채권 투자책임자인 폴 맥나마라는 WSJ에 “터키의 IMF 구제금융은 빨리 이뤄질수록 좋다”고 말했다.
터키 리라화 [사진=블룸버그 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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