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 직전 드루킹에게 정치자금 수수한 혐의 불거져
지난 주말까지도 미국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대외 일정 소화
귀국 직후 검찰 소환 앞두고 극단적 선택...정치권 '침통'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하루 만인 23일 투신했다. 노 의원의 사망 소식에 정의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노 의원은 대외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개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3박 5일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미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등 현안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전했다.
노 원내대표와 동행했던 김성태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가) 첫날, 둘째 날은 좀 침통한 분위기였고 무거웠지만 셋째 날 공식 일정을 마치고는 분위기도 좋아졌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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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4주기인 지난 4월 16일 오후 경기 안산 세월호참사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추모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도 노 의원은 드루킹 관련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의당은 예정대로 노 의원이 23일 오전에 열리는 상무위원회에 참석한다고 공지했고, 상무위 결과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노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싣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 의원은 상무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시각 서울 중구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노 의원은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노 의원이 '드루킹'으로부터 금전을 받은 시점은 2016년 총선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노 원내대표가 총선 전인 2016년 3월 드루킹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아지트'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은 자리에서 2000만원을 받고, 노 원내대표 부인의 운전기사를 통해 3000만원이 추가로 전달된 것으로 봤다.
특검은 노 의원이 '야인' 시절 경공모 초청 강연에 참석한 뒤 강연료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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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여야 5당 원내대표단이 지난 19일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손을 번쩍 들며 점프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노회찬 의원(사진=국회 방미 대표단 제공). 2018.07.20. |
노 의원은 그 동안 드루킹의 요청으로 강연을 하고 소정의 강연료를 받은 점은 인정을 하면서도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에 대해서는 부인해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3년 삼성 엑스파일로 의원직 상실한 후 1년에 100~150회 정도 강연을 했다”며 "2014년 경공모 관계자들이 소액주주 관련 시민단체 운동이라고 해서 나에게 찾아왔고, 그들의 요청으로 강연을 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가 좁혀지고 자신의 검찰 소환이 임박함에 따라,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가 정의당 전체를 수렁으로 빠트릴 수 있다는 판단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소 정치자금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질색을 했던 양반이다. 그 고지식함이 스스로에게 잣대를 가져다대는 형국이었으니, 심적 고통이 오죽했겠는가"라면서 "정의당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등신불'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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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정미 정의당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05.02 kilroy023@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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