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에 성의 보일 차례…송환 등 연기하면 회의론 고조될 듯"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5주째 지나면서 간헐적인 발언들만 나온 채 아직 이렇다 할 행동 조치가 수반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 북한이 약속한 미군 유해 송환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20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가 강조했다.
앞서 17일 미군 신문 성조지(The Stars & Stripes)는 북-미가 한국전쟁 당시 숨진 미군 유해 55구를 오는 27일 항공편으로 송환할 예정이며, 이는 16일 판문점서 열린 양국 간 실무회담서 합의됐다고 전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011년 북한과 유해 송환 문제 협상에 참여했던 빌 맥키니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해 송환은)서로의 신뢰 구축이란 차원에서 분명 한 걸음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뢰 구축 조치 차원에서는 북한이 미국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한 데 화답할만한 북한 측 행동이 없었음을 지적했다.
맥키니는 만약 (유해 송환이) 지연된다면 북한이 유해에 대해 돈이나 어떠한 양보안을 요구하고 있다는 추측을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11년 협상 당시에도 비교적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돈을 요구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에 송환되는 유해 중 미군 유해가 아닌 것이 있을 수도 있으며, 인간의 유해가 아닌 것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안보 전문가 짐 월시는 북한이 미국에 넘기겠다고 한 유해보다 더 많은 유해가 북에 남아있을 수 있으며, 일단 이번에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할 만큼만”의 행동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유해를 송환하면 일단 (논란의) 열기가 가라앉을 것이고, 모두가 만족하면 북한은 또다시 몇 개월의 시간을 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시오스는 이러한 전략이 더 어려운 과제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북한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 중앙정보국(CIA)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에 소속된 박정현 박사는 이러한 태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엄청난 운신의 폭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탑다운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주지해야 한다”면서 “북한과 (본격적) 협상 전에 싱가포르 회담이 있었던 셈인데, 5주가 지난 지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기대하지 않으며, 솔직히 5년이 지나도 기적은 없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합의란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일단 북한과 미국 양측이 모두 정치적 이득은 누리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미국 내에서 북미 회담을 지지한다는 여론 조사가 나오고, 국제사회에서 김 위원장의 입지 역시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앞으로 비핵화 등에서 진전이 나오지 않을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박사는 앞으로 진전이 없을 경럼프 대통령이 (현재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이제 됐으니 폼페이오 장관은 물러서고 내가 해결하겠소’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외교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무력행사로 가자’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