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면세업계가 올 하반기 강남에서 맞붙는다. 업계 선두인 롯데가 선점한 강남 상권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오는 18일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에 1만235㎡ 규모의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오픈한다. 명동에 이은 신세계의 두 번째 시내면세점이다.
현재 강남 상권에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이 자리잡고 있다. 후발주자인 신세계면세점은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W메리어트 서울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세워 맞불을 예고한 상태다.
센트럴시티 지하 3층과 지상 1~3층·로비에 위치할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등 3대 명품 브랜드 없이 오픈한다. 대신 구찌·설화수·후 등 350여개 인기 브랜드와 체험형 매장 등 신세계의 콘텐츠 역량을 앞세워 주 타깃층인 2030대 개별 관광객을 공략할 방침이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몰려있는 강북 상권의 주 고객층이 단체 관광객·중국인 보따리상 등인 점을 고려하면 강북 면세점과 차별화된 포인트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오는 1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10층에 문을 열고 첫 면세사업을 시작한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비슷한 1만4005㎡ 규모로, 380여개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들어설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사진=김학선 기자] |
강남 지역 면세점이 기존 2곳에서 올 하반기에만 총 4곳으로 늘어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강남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면세점 클러스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 10곳 중 8곳이 명동·장충동 등 강북 지역에 밀집돼 있다. 해외 관광객의 패키지 관광이 활발한 지역이다. 그러나 유통 빅3가 하반기 강남벨트를 완성하게 되면 새로운 면세 쇼핑존이 구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집객력도 강화된다. 강북에 머물던 중국 보따리상도 강남으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충분하다. 첫 시내 면세점인 명동점을 빠르게 연착륙시킨 신세계는 이번 강남점 오픈을 통해 면세사업 성장세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세계는 면세업계에 떠오르는 다크호스다. 지난달에는 인천공항 T1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신라 등 선두업체를 제치고 2개 구역 사업권을 독식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구역의 합산 매출액은 약 8700억원으로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14조2000억원)의 6%에 해당한다.
작년 기준 매출액을 적용할 경우 신세계의 시장 점유율도 18.7%까지 상승하게 된다. 여기에 강남점 오픈이 더해지면 업계 2위 호텔신라(23.8%)를 바짝 추격할 수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DF의 인천공항 T1 면세점 및 강남 시내면세점 오픈을 계기로 면세업계 시장점유율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신세계의 점유율은 22%로 상승할 전망으로 이는 호텔신라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신세계 명동점의 매출 성장률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반면, 호텔신라 장충점은 20%로 실제 업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사업자간 점유율 경쟁이 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최근 보따리상 시장의 성장 등으로 면세점의 수요가 넘쳐나고 있는 만큼 그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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