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세 폭락에 연초 대비 50~70% 급락
위지트, 자회사 상장 이어 OLED Mask 사업 진출
SCI평가정보도 사업 현황서 전자상거래업 제외
“불확실성 상당기간 지속될 것” 회의론 확산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작년말 가상화폐 열풍은 가히 ‘광풍(狂風)’이었다. 각 거래소별 일일 거래대금이 6조원을 웃돌았고, 전세계 거래량의 20%가 한국에서 거래될 정도였다.
가상화폐 관련주들 역시 폭등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법인 지분을 갖고 있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가 하면, 이들을 보유한 모기업 주가도 덩달아 폭등했다.
가상화폐 관련주들의 거품이 빠지면서 해당 종목에 투자한 주요주주들의 행보도 엇갈리고 있다. <사진 = 바이두> |
하지만 장밋빛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가상화폐 시세는 이후 연일 조정을 겪으며 관련주들 주가도 꼬꾸라졌다. 이에 지분 차익을 모두 반납한 이들은 추가 투자는 물론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꾸준히 확대하던 가상화폐 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나섰다.
비덴트와 위지트가 대표적이다. 비덴트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주요주주며, 김재욱 비덴트 대표이사가 비티씨코리아닷컴의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위지트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또다른 주요주주인 옴니텔의 모기업이다. 아울러 비덴트의 최대주주 비트갤럭시아 1호 투자조합은 김재욱 대표와 위지트가 함께 출자해 설립한 사모펀드다.
해당 종목의 주가는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12월을 전후해 폭등했다. 당시 빗썸은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라는 타이틀을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신규 투자자금을 끌어들인 바 있다. 이에 비덴트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업 및 가상화폐 개발, ICO 관련 서비스, 블록체인 연구 개발 및 플랫폼 개발 등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등 가상회폐 시장 관련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60~70% 가량 폭락했다. 지난 달에는 350억원 규모의 해킹 사태가 불거져 정부 조사까지 받는 등 부침을 거듭된다.
가상화폐 관련주 주가 등락률 동향. [자료=키움 HTS] |
그러자 위지트는 비덴트와 달리 본업인 디스플레이·반도체 제조장비 분야로 다시 눈을 돌리는 상황. 최근 위지트는 자회사 파워넷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파워넷은 전력변환장치(SMPS) 제조업체로 위지트가 지분 39%를 갖고 있다.
이달 초에는 OLED Mask 전문 제조업체 핌스의 지분 13.7%를 취득하며 신규 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핌스는 OLED 패널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부품인 Open Mask 전문업체로 국내 OLED Mask 제조사 주 유일하게 mask 인장 제조에 관한 특허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에스코인을 운영하는 SCI평가정보 역시 작년 12월 고점 대비 현재 66% 이상 급락했다.
SCI평가정보는 지난해 11월 이후 분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전자화폐 환전 및 중개업 등이 포함된 전자상거래업을 영위한다고 표기했다. 하지만 최근 공시한 2018년 1분기 보고서에는 전자상거래업이 빠져 대조를 이뤘다.
포스링크 또한 최근 최대주주가 바뀌며 관계사 코인링크를 통한 가상화폐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포스링크는 프로그램개발 및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엑스블록시스템즈(구 써트온)와 암호화페 거래소 코인링크를 관계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대주주 슈퍼브 얼라인스 리미티드(Superb Allaince Limited)가 카일앤파트너스에 보유지분 10.67%(492만5971주)와 경영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운영자금 및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조달 목적으로 2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키로 결정하는 등 회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투자자금이 줄고 신규 유입도 감소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갖는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관련 업계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를 감안할 때 가상화폐 관련주의 조정도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술 자체는 물론 가상화폐 상용화 역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며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투자상품으로써 가상화폐가 매력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