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신경전' 가열
살벌한 진실공방...여당 우세 속 표심 흔들려
[대전=뉴스핌] 윤용민 황선중 기자 = "설마 군대를 안 가려고 발가락까지 잘랐을껴" VS "허태정도 모르는 거예유"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대전시장 선거는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압도적 당선이 유력해 보였다. 친노이자 친문인 그는 여론조사만 했다 하면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일주일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5일 뉴스핌 취재진이 대전을 돌아다니며 '바닥 민심'을 들어본 결과 표심이 술렁이는 게 곳곳에서 감지됐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대전시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성효 자유한국당 후보가 5일 어색한 만남을 가지고 있는 모습. 2018.06.05. sunjay@newspim.com |
이날 오전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장애인 생활체육대회 개막식에서 만난 김모(44·지체장애 3급)씨는 "한 후보(허태정)는 자기가 장애인이라고 하고, 또 다른 후보(자유한국당 박성효)는 자기 아이가 장애인이라고 하는데 참 혼란스럽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게다가 두 후보가 장애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걸 보고 있으니 뭔가 착잡하기도 하다"면서도 "만약 거짓말이 밝혀지면 그 누구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나란히 행사장에 참석한 두 후보는 냉랭한 기류 속에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허 후보가 뒤늦게 도착한 박 후보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건넸고 박 후보는 아무 말 없이 악수만 했다. 이어 허 후보가 인사말에서 "장애인 권익을 위해 열심히 뛰는 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자, 박 후보가 "제 아이도 장애인인데 발가락 하나 잘린 것은 장애인 등록대상이 안된다"며 "장애인 여러분들을 모독하는 이런 사람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허 후보가 군 복무를 면제받기 위해 발가락을 자르는 자해를 했다는 의혹을 박 후보의 면전에서 다시 한번 제기한 것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또 다른 지체장애인 A씨는 한숨을 내쉬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대전의 정치 민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대전의 명동이라 불리는 중앙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대선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했다는 김충섭(33)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다. 그는 "솔직히 이제는 누구도 못 믿겠다"며 "군대 가기 싫어서 발가락을 스스로 잘랐다는 게 믿기진 않지만, 누가 안희정이 그런 일에 연루되리라 상상이라도 했겠느냐"고 했다.
중앙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이옥자(여·58)씨는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면서도 "그런다고 자유한국당 후보를 뽑기는 싫다. 이번 선거는 정말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대흥동에 거주하는 최모(69)씨는 "솔직히 저 발가락도 당파싸움 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며 "이렇게 정치적 쟁점이 되니까 모든 상황이 요지경인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대전의 민심은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더욱 오리무중이다.
물론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있다. 20, 30대 등 젊은 층이 이번 선거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태평오거리 인근 카페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여·29)씨는 "하도 서로 헐뜯는 이상한 현수막이 붙어있으니까 누가 후보인지도 알겠는데요. 이번 선거에 참여할 생각은 없어요. 저희하고 상관없는 일이니까요"라며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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