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에서 '평생직장'을 찾는 신입사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31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기업들이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학생들 입장에선 정년까지 일할 회사를 찾아야 한다는 의식이 희박해진 탓이다. 입사하자마자 이직사이트에 가입하는 신입사원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일본 도쿄 시내에서 열린 IT 개발자를 위한 이직 설명회 모습.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지난해 모 대형은행에 입사했던 도쿄대 졸업생인 20대 남성은 3개월만에 퇴사했다. 그는 "정해진 일을 규칙에 맞춰 착실하게 진행해가는 선배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내 성격이나 목표하는 바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배들은 친절했고 회계지식이나 절차에 대해서도 성의껏 가르쳐주었다. 다만 사원에게 주어진 재량권이 적었다는 점과 무의미한 페이퍼업무가 많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는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며 고민 끝에 퇴사했다. 현재는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인사관리 회사 토마스 이노베이션이 4월에 입사한 신입사원 4800여명에게 현재 회사에 계속 다닐 것인지 조사했다. "가능하다면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다은 3년 연속 감소해 53.8%였다. 2015년도 조사(63.4%)에 비해 약 10%포인트 떨어졌다. "보다 큰 회사로 옮기고 싶다"는 응답은 16.8%로 2015년도(9.9%)보다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을 이직사이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이직정보 사이트 'DODA'에 4월 등록자 중 1년차 사회인의 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2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입자 수 증가는 7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입사원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오우라 세이야(大浦征也) DODA 편집장은 "최근에는 '대기업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젊은이가 늘어났다"며 "이른 단계에서 진지하게 이직 정보 수집에 나서는 신입사원이 많다"고 말했다.
신문은 "일손부족으로 인해 구직자가 일자리를 골라가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 봄 졸업한 대학생의 취업률은 4월 1일 기준 98%로, 해당 조사가 시작된 1997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 "신입사원을 지켜라" 日기업 비상
이에 일본 기업 입장에선 신입사원을 어떻게 회사에 정착시킬지가 절실한 과제가 됐다. 일본의 선술집 체인 '쿠시카쓰 다나카(串カツ田中)'는 4월에 점원 대부분이 신입사원으로 이뤄진 특별 점포를 도쿄(東京)도 내에서 오픈했다. 신입사원 연수를 위한 점포로 동기 간의 연대감을 높여 정착률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다.
의료사무 위탁업체 '소라스트(ソラスト)'는 과거 이직했던 200여명의 면담기록을 인공지능(AI)로 분석했다. 신입사원이 면담시트에 기입한 단어들로부터 이직으로 이어질만한 불안이나 불만이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용도다. 소라스트는 이를 바탕으로 필요시 직원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소라스트는 2016년도 비상근 직원을 포함해 약 5000명을 채용했지만, 1년도 안돼 약 2000명이 이직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신입 이직자 수가 약 400명 줄었다.
기쿠치 마사야(菊池雅也) 소라스트 채용기획부장은 "처음엔 AI 효과에 회의감을 가졌다"면서 "하지만 사람이 미처 파악못한 이직 징후를 AI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아 확실하게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육성 컨설턴트 이노우에 요이치로(井上洋市朗)씨는 신입사원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에 ▲(신입이) 자신의 존재를 사내에서 인정받는 것 ▲성장을 실감하게 할 것 ▲앞으로의 성장도 예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기업이 인재육성 방침을 명확히해 부하의 조그마한 변화에도 눈치를 챌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재육성 담당자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신입사원의 육성을 현장에만 맡길 게 아니라, 조직 전체의 과제로 다루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