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4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번 결정은 미 달러화 강세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 가능성 등으로 자국 통화인 루피아 가치가 추락하면서 통화 가치 방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아구스 마르토와르도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Repo rate)를 4.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2015~2017년 200bp의 기준금리 인하를 마치고 통화정책 정상화 대열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 전망과 미 달러화의 강세가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동남아의 다른 지역에 비교해 인도네시아는 국가 부채에서 차지하는 외국 자본 비중이 커 신흥시장의 위험 회피 현상이 심화할 경우 이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HSBC의 조제프 인칼카테라 아세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인도네시아는 실망스러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억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약세가 중앙은행에 큰 부담을 줬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개레스 리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루피아가 추가 압력을 받으면서 기준금리 인상은 중앙은행이 피할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결정은 금융시장에 ‘서프라이즈’가 되지는 않았다.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경제 안정성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성명은 또 최근 루피아의 평가 절하가 인도네시아의 경제 기초여건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루피아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외환보유액이 아닌 기준금리 인상을 활용한 것이 더욱 자연스러운 조치라고 평가했다.
자카르트 소재 메이뱅크 자산운용의 이번 참다니 펀드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중앙은행이 통화 약세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지만, 그들에게 선택권은 없는 것 같다”면서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하면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 연준이 올해 총 3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지만 아구스 마르토와르도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여건이 정책금리를 다시 조정하게 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루피아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시간 오전 10시 6분 현재 달러/루피아 환율은 전날보다 0.29% 하락한 14052.00루피아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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