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뉴스핌] 박준호 기자 =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어요. 이제 막 즐겁게 장사해야 할 시기인데 문 닫는다는 이야기가 자꾸 나와 불안해서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저 뿐만 아니라 여기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군산 시민들이에요. 정부가 이 곳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2일 오후 롯데몰 군산점 내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의 한숨 섞인 토로다.
KTX 익산역에서 시외버스로 30여분 달려 도착한 군산은 스산한 바람이 느껴지는 듯 했다. 군산 시내로 들어서는 초입부터 '군산 경제 다 죽는다.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개장 일주일이 채 안 된 롯데몰 군산점의 분위기는 더욱 어두웠다. 활기가 넘쳐흘러야 할 신규 점포는 봄 분위기와 달리 사뭇 차가웠다.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은 불안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중소기업벤처부는 개장 나흘 만에 롯데몰 군산점에 대한 사업개시 일시 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지역 소상공인 단체 3곳이 중기부에 신청한 사업조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롯데몰 군산점이 27일 개점을 강행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영업 정지가 예고되자 입점 상인들과 협력업체는 일부 상인들의 목소리에만 매몰된 행정 조치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2일 오후 방문한 롯데몰 군산점 1층 패션잡화 매장 <사진=박준호 기자> |
군산 시내 로데오 거리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다 기존 점포를 폐점하고 이번에 롯데몰에 입주했다는 웰메이드 브랜드 매장 매니저 A씨는 “오픈 시기에 맞춰 브랜드별로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0여명까지 직원을 채용했다. 만약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인건비 부담은 물론, 초기 비용과 재고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3층 유아동 매장에서 만난 대리점주 B씨 역시 “이 곳에 입주한 상인의 80%가 군산 사람이다. 개중에는 전주, 부여 등 타지로 떠났다가 이번 롯데몰 개점을 맞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 온 상인들도 있다”면서 “우리도 소상공인이다. 지역 상인들만 두둔할 것이 아니라 입점 상인들의 생계도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봄 시즌을 맞아 상품을 대량 늘린 의류 매장의 경우 피해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는게 B씨의 설명이다. 그는 "영업정지로 인해 자칫 5월 대목을 놓치게 되면 이월 상품에 대한 손해를 감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북 군산시 조촌동에 위치한 롯데몰 군산점 <사진=박준호 기자> |
롯데몰 군산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한국GM 군산공장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지역 내 고용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그나마 남은 일자리마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직원들은 토로했다.
롯데몰 군산점 구내식당에서 근무하는 오연환 조리사는 “지난 14년 동안 근무했던 한국GM 군산공장 식당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다. 상당수의 동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다행히 얼마 전 열린 채용박람회를 통해 동료와 함께 이곳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찾았는데 영업정지 이야기가 나와 일자리를 또 잃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몰 군산점 직원 756명 가운데 85%인 600명 이상이 군산 지역 주민이다. 이는 기존 아울렛들이 지역 주민을 채용하는 비중보다 20~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롯데몰 군산점은 지난 3월 고용노동부 군산지청과 함께 연 채용박람회를 통해 총 400여명을 채용했다.
소상공인단체 3곳(군산의류협동조합·군산소상공인협동조합·군산어패럴상인협동조합)은 앞서 롯데몰 군산점의 개점 연기, 시설품목 축소, 26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 조성 등을 요구했지만 롯데 측과 최종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건우 롯데몰 군산점장은 “자세한 협상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지원 규모와 지원 방식 부문에서 약간의 입장차가 있었다. 영업을 지속한다는 큰 틀 내에서 단순 보상뿐 아니라 마케팅 지원 등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긴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픈한 롯데몰 군산점<사진= 박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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