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17 어린이‧청소년 인권실태조사' 발표
자살 떠올린 청소년도 10명 중 3명..이유는 '학업'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서울시에 사는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여전히 가정 내 신체적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을 생각한 청소년도 30%에 육박했다.
17일 공개된 ‘2017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의 어린이와 청소년 중 42%가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청소년의 27.8%는 학업 탓에 자살을 떠올렸다고 털어놨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7월 어린이·청소년, 부모, 교사, 시설 종사자 등 총 425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2012년 제정된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조사는 인권인식, 관련 욕구, 지난 1년간의 아동권리 관련 경험을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정 내 어린이·청소년 폭행 심각
가정 내에서 부모 또는 보호자로부터 경험한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 및 방임에 대해 확인한 결과, 42.1%가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어린이가(57.5%)로 청소년(37.0%) 보다 빈번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방임(33.1%)과 정서적 폭력(23.1%) 역시 비중이 작지 않아 가정 내 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성적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3.1%였다.
교사나 시설종사자들은 가정 내 폭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제도보완을 촉구했다. 교사들은 자신의 대응이 도움이 안 된 이유로 ‘가정사 개입의 한계(28.2%)’, ‘실질적인 개선의 한계(12.8%)’, ‘전문성 및 전문지식 부족(12.8%)’을 꼽았다.
시설종사자들은 ’개입 절차 및 체계 미비(35.7%)’, ‘보호자의 인식 및 의지 부족(19.0%)’, ‘신고의무자의 인식 및 의지 부족(11.9%)’ 순으로 언급했다.
◆여전히 자살 떠올리는 청소년..학업 고민 가장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어린이·청소년의 27.8%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어린이의 23.5%, 청소년의 29.2%가 각각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는 2012년 실태조사 당시(어린이 30.0%, 청소년 46.0%)에 비해 각각 6.5%p, 16.8%p 줄어든 수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자살을 떠올리는 어린이·청소년이 많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학업문제(25.7%)가 가장 많았다. 2012년 조사에서도 이 항목이 1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 어린이·청소년이 학업에서 느끼는 압박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린이의 경우 친구와의 관계(14.7%)가 학업문제(13.5%)를 근소하게 앞섰다. 부모님의 폭력(10.8%)이 뒤를 이었다. 부모의 폭력이 어린이 자살 사고의 원인인 만큼 학교나 시설 차원의 개입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의 경우 학업문제(28.9%)가 1위, 미래에 대한 불안(17.3%)이 2위,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11.4%)이 3위였다.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은 청소년 가출의 주된 이유(30%)이기도 했다.
이 밖에 어린이와 청소년 모두 스트레스 및 정서적 이유와 형제자매 또는 가정 내 갈등을 자살 이유로 꼽았다.
한편 이번 설문에는 ▲어린이‧청소년 권리 및 어른에 의한 인권존중 ▲아르바이트 시 노동계약서 및 부모동의서 작성 여부 ▲어린이․청소년의 권리에 대한 인지도 조사 등도 포함됐다. 2012년 조사에 비해 어린이‧청소년 권리 인지도와 노동계약서 작성 비율이 모두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