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사고사, 과로로 인한 사고인지 파악 어려워
후생노동성에 실태 파악 요구하는 움직임
[뉴스핌=김은빈 기자] 일본에서 '과로 사고사'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26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과로 사고사는 야근으로 인한 졸음운전 등으로 인해 사고사에 이르는 경우를 말한다.
과로 사고사는 '사고사'라는 특성 때문에 과로사나 과로 자살과 달리 실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3월 1일 와타나베 준코씨가 후생노동성에 과로 사고사 대책 마련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후생노동성> |
"아들의 억울한 마음을 이어 받아, 과로 사고사에 충분한 예방책을 세워주시길 요청합니다"
지난 1일 도쿄도 하치오지(八王子)시에 거주하는 와타나베 준코(渡辺淳子)씨는 일본 후생노동성을 방문해 과로 사고사 대책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와타나베씨의 차남 와타나베 고타(渡辺航太)씨는 4년 전 밤 장시간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토바이로 귀가하던 중 전신주에 부딪쳐 사망했다. 유족은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지난달 8일 과로에 따른 졸음운전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점이 인정돼, 법원은 회사에게 약 7600만엔을 지불하라고 화해 권고를 내렸다.
사건을 맡은 하시모토 에이지(橋本英史) 재판장은 화해 권고를 내리면서 "본 건을 계기로 과로 사고사라는 산업재해 유형이 일반에 알려져 예방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와타나베씨는 화해 이후 과로 사고사 근절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후생노동성에는 ▲과로 운전사고의 실태조사 ▲기업에 과로 사고사 방지를 위한 대책 지도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 관련 법안에 인터벌 제도(퇴근 후 출근까지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의무화 하는 제도) 법제화 등 3가지를 요청했다.
와타나베씨는 "과로 사고사로 인한 피해자는 아들 외에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두번 다시 이런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기업이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과로 사고사 소송 늘어나지만…실태 파악 어려워
신문은 이제까진 회사의 지휘 명령이 미치지 않는 통근 중 사고로 회사에 배상책임을 요구할 수 없단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최근엔 이 같은 양상이 바뀌고 있다. 와타나베씨의 사례 외에도 출·퇴근 시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돗토리(鳥取) 지방법원은 돗토리대학에 2000만엔 배상 명령을 내렸다. 돗토리대 부속병원에서 근무하던 돗토리대 대학원생 남성이 철야 수술에 참가한 뒤, 아르바이트 중이던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지난 2015년엔 빵집에서 일하던 남편(당시 28)을 잃은 효고(兵庫)현의 20대 여성이 빵집 운영회사를 상대로 약 1억1700만엔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여성의 남편은 야근 후 자동차로 귀가하다 사고로 사망했다.
여성은 남편이 매월 100시간 이상의 잔업에 시달렸다며, 과로에 따른 졸음운전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과로사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마쓰마루 다다시(松丸正) 변호사는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로 사고사의 실태를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로 사고사 문제는 실태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 중 사고로 사망한 경우, 노동재해(한국의 산업재해) 보험의 지급 대상이기 때문에 별도의 노동시간 통계 데이터가 없다.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과로 상태였는지 아닌지 파악이 어렵다.
통근 중 사고도 마찬가지로, 노동재해 보험 수급 대상 인정요건에 노동시간이 포함돼 있지 않아, 과로 사고사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 수면부족, 의심으러우면 상담을
사사키 쓰카사(佐々木司) 오하라기념노동과학연구소 상석주임연구원은 "음주운전과 비교해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의 위험성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사사키 연구원은 ▲날씨가 좋고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없었고 ▲브레이크 자국이 없었으며 ▲속도를 냈다거나 앞차에 비정상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는 사고는 수면부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망자의 책임으로 인한 사고라고 생각하는 유족이 많지만, 과로가 원인이라고 의심될 경우엔 전문가에게 상담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