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투입 서울 전기버스 전지 교환식
가격은 4~5억원..경유버스의 10배
친환경이지만 너무 비싸다 인식도
[뉴스핌=김세혁 기자] 서울시가 오는 9월 시내 노선에 전기버스를 투입한다. 배출가스가 없어 최고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통하는 전기버스는 가격 때문에 그간 소규모로만 운영돼 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2025년까지 3000대 도입을 발표하면서 어느 때보다 전기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도쿄와 베이징, 뮌헨 등 각국 대도시가 유치전쟁을 벌이는 차세대 대중교통 전기버스를 들여다봤다.
◆배출가스 없지만 너무 비싸..전기버스 장단점은?
전기버스는 일반 전기자동차처럼 전지를 차량에 장착하고 그 힘으로 네 바퀴를 굴리는 교통수단이다. 수소전지차량 역시 큰 범주의 전기차라고 할 수 있다.
운용형태로 보면 크게 플러그인 방식과 전지 교환식으로 구분된다. 플러그인은 말 그대로 차량에 플러그를 꽂아 전지를 충전하는데, 배터리 용량이 큰 만큼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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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식은 버스 전지를 미리 충전해뒀다가 교체하는 방식이다. 충전시간이 없어 간편하지만 그만큼 많은 전지를 충전해둬야 한다. 전지 개당 가격이 5000만~7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플러그를 꽂는 방식보다 비용이 훨씬 더 든다.
전기버스의 전지는 대개 완충 시 짧게는 100km, 길게는 400km 거리를 운행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전지를 대부분 차체 지붕 위에 얹어 사람을 태울 공간을 확보한다.
대당 가격은 최소 4억원대에서 10억원대다. 천연가스버스가 2억원대 중반, 경유버스가 60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이다. 서울시가 도입하는 전기버스 가격은 4억~5억원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10억원대 전기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중국은 이보다 저렴하고 한국보다는 비싼 가격대의 전기버스를 선보였다.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한국 앞지른 전기버스 선진국들
일본의 전기버스 역사는 무려 80년이다. 1939년 가와사키츠루미린코 운수회사가 전기버스를 도입한 것이 시초로 통한다. 1940년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유류가 부족했던 일본은 전기버스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의 전기버스는 지자체들이 도입을 발표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도쿄는 물론 오사카 등 대도시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전기버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히노, 도요타, 도시바 등 대기업도 앞 다퉈 전기버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차세대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면서 버스회사 부담금을 차량가격의 20%로 확 줄였다. 10억원에 달하는 전기차 가격을 국가가 50%, 지자체가 30%를 부담한다.
중국의 전기버스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스모그로 몸살을 앓는 중국은 이전부터 정부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품질도 궤도 위에 올랐다는 평가. 지난해 말 일본 오키나와에 전기버스 10대를 납품할 정도로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중국은 2015년에도 자국 전기버스를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 교토에 납품, 현지 메이커들을 긴장시켰다. 지난달 평창올림픽 당시에는 중국 포톤사의 최신형 전기버스가 강릉시에 공수됐다.
독일의 경우 인구 150만의 도시 뮌헨이 전기버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뮌헨은 독일 지방정부 중 가장 많은 3000만 유로(약 400억원)를 들여 전기버스를 시험 및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네덜란드 전기버스 회사 ‘Ebusco’를 사업자로 선정하고 하루 300km 노선운행이 가능한 전기버스 개발을 의뢰한 상태다.
프랑스는 파리를 중심으로 6인승 소형 전기버스 오토 나베트를 도입한다. 오토 나베트는 출퇴근 혼잡시간에 운행되는데, 전기버스에 인공지능을 더한 신개념 대중교통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전기버스 성공하려면?.."국내 여건에 맞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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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도입됐던 남산 전기버스 <사진=뉴시스> |
국내에서는 부산과 광주, 담양, 함양, 포항, 창원, 제주 등 각지에서 전기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소음이 없고 깨끗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운행거리가 짧고 규모도 작아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창원에서 전기버스를 이용했다는 여중생(15)은 "기존 버스보다 굉장히 조용하고 편했다. 다만 좀 더 긴 노선에서 전기버스를 타고 싶다"고 바랐다.
서울은 약 40억원을 들여 2010년부터 남산공원에서 전기버스 9대를 시범운행한 바 있다. 하지만 고장수리 등 운영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탓에 결국 전량 폐차, 사업비를 날렸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남산 전기버스를 이용했다는 30대 직장인은 "충전만 20분 넘게 걸리고 툭하면 고장이 나는데 누가 타겠나"라며 "국내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버스만 들여왔다가 혈세를 날리는 꼴을 이번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