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규제 완화와 구조조정에 나서야
[뉴스핌=이수진 기자] 시장 역동성 저하가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낮추고 임금 격차를 벌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료=한국은행> |
최창호 한국은행 조사총괄팀 차장은 7일 BOK이슈노트 ‘우리나라 기업 간 생산성 격차 확대의 배경과 총생산성 및 임금격차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업 간 생산성 확대가 최근으로 올수록 선도기업 기술 우위보다 후행기업 역동성 저하에 주로 기인한다”며 “신산업과 사업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영업규제 완화와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시장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 미시적 기업자료인 KIS-value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선도기업과 후행기업 간 격차를 분석했다. 선도기업은 생산성 분포상 상위 5% 기업, 후행기업은 하위 95% 기업을 뜻한다. 후행기업은 사업경력을 기준으로 ▲청년기업(0~5년) ▲중년기업(6~10년) ▲한계장년기업(10년이상‧2년연속 영업이익 적자) ▲여타 장년기업으로 나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도기업이 후행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을 뿐 아니라 평균 임금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을 기준으로 선도기업은 후행기업에 비해 노동과 자본 투입에 따른 생산성 증가분을 뺀 다요소생산성(MFP)이 1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도기업의 임금도 후행기업 대비 2.4배 높았다.
최 차장은 “선도기업 생산성은 빠르게 향상된 반면 후행기업 생산성이 더디게 개선되면서 두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됐다”면서 “특히 상대적으로 규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서비스업에서 후행기업 생산성 부진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은 2000~2015년 중 선도기업 다요소생산성이 연평균 5.1% 증가한 반면, 후행기업은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의 경우 선도기업 생산성은 연평균 5.4%, 후행기업은 3.7% 증가했다.
특히 최근 들어 후행기업 역동성 저하가 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이 후행기업 생산성이 선도기업을 따라잡는 속도를 추정한 결과, 제조업은 2000~2004년 중 1.6년에서 2011~2015년 2.1년으로, 서비스업은 2.4년에서 3.1년으로 과거보다 속도가 둔화됐다.
최 차장은 “신규기업 진입과 한계기업 구조조정 부진 등으로 시장 역동성이 저하되면서 후행 기업의 생산성이 정체됐다”며 “특히 한계장년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성의 지속적 감소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로 인해 생산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청년기업이나 중년기업 비중은 줄어든 반면, 생산성이 부진한 한계장년기업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축소시키기 위해 시장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차장은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임금격차를 증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경쟁제한적 규제 완화와 부실기업 구조조정, 혁신 및 기술전파 장려 등을 통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진 기자 (sue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