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증가, 정부 입장에선 불청객
소득주도성장론 연결고리 느슨해져
평창올림픽 없었다면 내수경기 '와르르'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설 연휴에 해외로 나간 여행객 증가에 내수경기가 울상이다. 국내에서 돈이 돌아야 내수경기가 활성화하지만 사람들이 연휴 기간 해외로 여행을 떠나서다. 평창올림픽마저 없었다면 내수경기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속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설 연휴 5일 동안 예상 출국자 수는 57만9000명이다. 하루 평균 11만6000명이 해외로 나가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일 평균 10만6086명)과 비교해 9.1% 증가한 수치다.
설 연휴 기간 해외 여행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설 연휴 기간 일 평균 4만8909명이던 해외 여행객은 2016년 10만명을 돌파했다.
인천공항 출국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출국자 증가는 명절 특수란 내수경기 진작 효과를 감소시킨다. 사람들이 지갑을 해외에서 더 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장 10일 동안 이어진 황금연휴 추석이 낀 지난해 3분기(7~9월)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은 8조578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더욱이 해외여행객 증가는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론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든다. 소득주도성장은 국민 소득이 늘면 민간소비도 증가하고 기업 투자·채용도 확대돼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민간소비가 해외로 줄줄 빠져나가면 소득주도성장 효과도 반감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해외 소비가 늘거나 사람들이 가계부채를 갚는 데 돈을 쓰면 소득주도성장 고리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해외 여행객 증가를 우려한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 잠정치가 전년동월대비 각각 7.9%, 8.7% 줄어서다. 자칫 민간소비 위축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
그나마 정부가 기대하는 대상은 외국인이다. 평창올림픽을 보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이 해외로 빠져나간 한국인 자리를 메꿔줄 줄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평창올림픽 관광수입이 1분기 민간소비를 0.1%포인트 끌어올린다고 추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은행도 최근 소비 전망에서 올림픽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며 "이런 요인으로 올해는 연휴 기간 해외여행객이 늘어다고 해도 내수경기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