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세계 10대 유망기술 배터리
사물인터넷 시대 배터리 수요 무궁무진
[뉴스핌=김겨레 기자] # 5년 차 직장인 이상철(34) 씨는 스마트폰 알람소리에 일어나 세수와 면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직장에 도착하니 지난주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한 드론이 배송돼 있다. 이씨는 최신 정보기술(IT)기기 사용을 즐기는 '얼리 어댑터'다. 최근에는 담배도 '아이코스'(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꿨다. 퇴근 후 이씨는 스마트밴드를 착용한 채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이씨는 간단한 집안 청소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사진=삼성SDI> |
평범한 직장인 이상철 씨의 일과다. 이씨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하루를 마무리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은? 배터리다. 스마트폰과 PC뿐만 아니라 도어록과 자전거, 청소기에도 배터리가 쓰인다.
배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심장에 비유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가 두뇌, 디스플레이가 눈이라면 배터리는 심장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자율주행차나 드론, 첨단 로봇, 사물인터넷(IoT) 같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도 배터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에너지 혁명 2030’의 저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토니 세바 교수는 이를 두고 '모든 사물이 배터리로 구동되는 BoT(Battery of Things) 시대'라고 칭했다. 그는 "배터리를 활용해 시공간에 구속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지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2016년 159억달러(약18조7600억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543억달러(약 60조57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전선에서 해방...무선청소기, 새로운 가치 창출
집에서 청소기를 돌려본 사람이라면 전선이 방까지 닿지 않아 콘센트를 옮겨 꽂아가며 청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유선청소기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무선청소기는 쉽게 주류로 자리 잡지 못했다. 전선을 연결하지 않고 배터리 동력만으로 모터를 구동하자 흡입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배터리 출력을 개선한 무선청소기를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기존 청소기가 닿지 않았던 가구 위나 차량, 침구 청소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무선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무선키보드와 무선충전기, 무선이어폰도 마찬가지다. 선에서 해방되고 이동이 자유로워지자 여러 제품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제조사 입장에선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가 생겼다. 삼성과 LG는 그동안 청소기 시장에서 '세계 최고 흡입력'을 두고 경쟁해왔다. 하지만 이제 무선청소기의 경쟁구도는 사용 편의성으로 옮겨갔다. 청소기의 무게와 배터리 지속시간이 무선청소기의 성능을 강조하는 포인트가 됐다.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세상에 태어난 물건들
이상철 씨가 구입한 드론과 전자담배 등은 배터리 기술 발전 덕에 상용화된 제품이다. 드론은 프로펠러를 빠른 속도로 돌려야 하는 만큼 고출력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무거울수록 드론이 이륙하기 힘들어 배터리 무게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드론이 추락하더라도 폭발하는 사고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도 중요하다. 휘발유를 쓰는 무인기는 1900년대에 이미 발명됐지만 무게·출력·안전 3박자를 갖춘 배터리가 장착되고 나서야 취미용 드론이 확산됐다.
필립모리스의 가열식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경우 담배를 넣어 피우는 본체와 본체를 넣어두는 홀더에 각각 다른 배터리가 사용된다. 홀더는 본체를 보관하는 용도 외에 충전기 역할도 한다. 본체는 사람이 손에 쥐거나 입에 물고 사용하기 때문에 높은 안전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안전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쓴다.
이처럼 새로 배터리가 채용되고 있는 제품 시장을 업계에서는 '뉴 애플리케이션' 시장이라고 부른다. 규모가 아직 크지 않지만 향후 확대될 여지가 있어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최근에는 골프장 이동용 카트, 전기자전거,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용 배터리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사물인터넷 시대 가능케 한 초소형 배터리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하면서 초소형 배터리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데이터 수집을 위한 센서와 통신 기능을 적용하려면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탁기에 IoT센서를 부착하면 스마트폰으로 세탁기의 작동 여부와 세탁 유형 등을 알 수 있다. 센서를 달아 식습관 데이터를 쌓는 수저와 벨트도 출시됐다. 체내에 삽입하는 생리컵에까지 IoT센서와 배터리가 적용됐다.
전자가격표시기 <사진=LG이노텍> |
초소형 배터리는 산업 현장에서도 쓰인다. GS슈퍼마켓과 올리브영은 최근 매장 진열대의 가격표시종이를 전자가격표시기(ESL)로 바꿨다. 전자가격표시기는 실시간으로 가격을 변경할 수 있고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초소형 IoT 제품은 저전력 설계와 고밀도 배터리로 1년 이상 충전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초소형 배터리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가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곡선 형태의 커브드 배터리, 전선처럼 얇고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띠 형태의 배터리 등을 개발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