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추징금액 증가세…올해 10월까지 1조1400억 추징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국세청이 조세회피처와 해외현지법인 등을 이용해 소득이나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자 37명을 동시 세무조사한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대상자에는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와 관련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 중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자가 포함됐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해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어 최근 폭로한 조세회피처 자료다. 엘리자베스 영국여왕과 각국 정상, 다국적 기업 등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재산을 은닉한 정황이 담겨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앞서 뉴스타파는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한국인 232명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과 효성그룹, 현대상사 등 대기업 법인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번 역외탈세 조사 대상자들의 주요 탈루 유형은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국외소득을 은닉한 업체 ▲해외투자를 가장해 법인자금을 유출한 업체 ▲해외현지법인이나 해외 위장계열사로 거래실적·단가를 조작한 업체 ▲해외에서 리베이트를 수수한 업체 등이다.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제기된 한국인 명단에 대해서는 이번에 조사에 착수한 인원도 있고 기조사된 인원도 있다"면서 "대기업 계열사도 포함되어있으며 정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올해 10월까지 역외탈세자 187명을 조사해 1조1439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던 작년보다 같은 달 기준으로 3.6%p 증가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자 총 228명을 조사해 1조 3072억원을 추징했다. 이 중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11명에 대해서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9명을 고발 조치했다.
올해 조사에서 적발된 주요 역외탈세 사례로는 내국법인이 보유한 영업권을 외국법인에 양도하면서 저가로 양도한 것으로 거짓 신고하고, 실제 양도대금 대부분을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별도로 수취하는 방법으로 양도차익을 은닉한 사주 등이 있다.
국세청은 내국법인에 대해 법인세 등 수백억원을 추징하고, 법인과 사주를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사주가 BVI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제3국 법인에 투자했다가 제3국 법인을 외국법인에 매각하면서 수취한 배당소득 및 매각차익을 BVI 금융계좌에 은닉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사주에 소득세 수백억원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고발처분하면서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에 대한 과태료도 부과했다.
이러한 역외탈세 조사성과는 역외탈세 정보수집 인프라를 기반으로 그동안 축적된 역외탈세 조사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여 역외탈세 혐의가 큰 탈세자를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정보수집을 위해 2009년 역외탈세전담T/F를 신설해 2011년 역외탈세담당관으로 정규조직화했다.
국세청은 "향후 조세회피처나 해외현지법인 등을 이용한 역외탈세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면서 "우리 사회에 '역외탈세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