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죽음 결정된 상황서 '방식' 선택
고통보다 '죽음' 선택하는 '안락사'와 달라
[뉴스핌=황유미 기자] 내년 2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지 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이 법의 또 다른 이름인 ‘존엄사’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엄사는 치료를 통해 회복 불가능한 환자가 자신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를 거쳐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말한다. 죽음이 거의 결정된 환자에 한해 인간의 존엄함을 유지하며 삶의 끝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안락사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불치병 환자 등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결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의료적 조치로, 존엄사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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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8일 ‘연명의료 시범사업 중간결과’ 발표를 통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7명의 환자가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연명의료는 환자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이다.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사망한 환자는 70대 남자 1명(패혈성 쇼크·다발성 장기부전), 50대 남자 2명(말기암), 40대 남자 1명(뇌출혈), 80대 여자 1명(다발성장기부전·호흡부전), 또 다른 80대 여자 1명(만성호흡부전·신부전), 60대 여자 1명(다발성 골수종·폐렴) 등이다.
또 전국 말기·임종기 환자 44명 가운데 연명의료계획서를 직접 작성한 환자는 11명(사망자 2명 포함)으로 나타났다. 임종을 앞둔 환자 중 약 25%가 존엄사를 택한 셈이다.
복지부는 19세 이상 성인이 임종기에 접어들었을 때 연명의료 중단 및 유보의 뜻을 미리 밝혀놓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건수는 2197건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죽음 선택하는 또 다른 방식인 ‘안락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안락사는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적극적 안락사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가 요청할 때 약물 투입 등 직접적인 방법을 통해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의미한다.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공급이나 약물 투여를 중단하는 경우다.
존엄사가 죽음이 결정된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에 반해, 안락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 자체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일각에서는 소극적 안락사와 존엄사를 동일시하는 견해도 있지만 존엄사의 경우에는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의료행위,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하지 않는다는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적극적으로 죽음을 선택하기 때문에 안락사 허용을 두고 세계 각국 및 종교계에서 논쟁과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종교는 안락사에 대해 반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안락사를 “생명으로 장난치는 것은 창조주의 뜻에 반한다”며 “고대에서든 현대에서는 ‘살인’이라는 말의 뜻은 똑같다”고 비판했다.
불교계 역시 태어날 때 수명대로 살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고 살생을 금지하기 때문에 안락사를 수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존엄사의 경우에는 무의미한 생명 연장은 생에 대한 집착으로 보고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안락사와 존엄사 모두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는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이다. 미국 역시 주별로 다르지만 오리건, 워싱턴 등 일부 주도 안락사를 허용한다. 프랑스는 극심한 찬반 내홍 끝에 지난해가 되어서야 회생 불가능한 환자에게만 제한적인 존엄사를 허용하는 일명 ‘웰다잉(Well-Dying)’이 실시되기 시작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