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전교조 “선결 과제 산적...충분한 검토·논의 필요”
[뉴스핌=김규희 기자] 교육부가 오는 2022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3년간 정책 연구학교 60곳 지정 등을 추진하기로 하자, 교육단체들이 교육 현장의 혼란과 충분한 논의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한서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 참관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은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반영하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교육여건과 대입제도 등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으니 서두르지 말고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교총은 “우리나라 고교 교육과정은 ‘학년제’와 ‘단위제’에 기반해 총 단위수를 학년별로 적절히 분배해 이수해오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이런 교육과정을 완전히 바꿔야 가능한 만큼 심도있는 검토와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고교학점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일부 학교는 문제점 등으로 일반 교육과정으로 되돌아갔고, 고교학점제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교과교실제를 2010년부터 도입한 강원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이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또 교과 공동교육과정을 시범적으로 운영해온 세종교육청도 교사수급 문제와 이동, 번잡한 행정 업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교총이 지난 6월 전국 초·중·고 교원 20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47.4%(984명)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대입에 유리한 교과목 위주로 쏠릴 우려(43.2%)와 교과목 및 교사, 학교시설 등 부족(34.8%), 도농격차 심화(13.6%) 등을 이유로 들었다.
교총은 “고교학점제 자체에 대한 인식이라기보다는 예상되는 부작용과 선결과제가 너무 많아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총은 교육부에 교육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교사 및 시설 등 교육여건 개선과 평가체제 및 대입제도 개선 병행, 고교교육의 전반적 질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 연구학교 및 선도학교 학생들의 피해가 없도록 지원할 것 등을 제안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고교학점제 도입에 문제점이 많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전교조는 “기본 개념조차 합의되지 않은 고교학점제를 졸속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비정규 강사 양산, 학금 공동체의 약화, 입시와의 부조화, 학사운영의 어려움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도 지적됐다.
전교조는 “학년별 교육과정 폐지로 사실상 학년제가 폐지되는 것인지, 학급은 사실상 해체되는 것인지, 낙제제도 도입하는 것인지, 내신평가는 절대평가와 교사별 평가를 하는 것인지, 그럴 경우 현재 대입제도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 문제에 대해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내년에 지정될 연구학교들은 2015 교육과정 내에서 운영될 것”이라며 “고교학점제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과목 선택권을 약간 확대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 분석했다.
전교조는 “국가교육회의를 조속히 출범시키고 산하에 중등교육과정 전반을 검토할 수 있는 교육과정 위원회를 설치해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고교학점제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도입과 안착을 위해 고교 체제 개편, 교육과정 및 수업·평가 혁신, 대입 제도 개선 등 관련 정책과 종합적으로 연계할 것”이라며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