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책임자의 안이한 판단과 부실했던 보고 체계…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 불러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김현태 세월호 현장수습부본부장이 발견된 유골이 미수습자의 것이 아니라고 예단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23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의혹에 관한 1차 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현장 책임자의 안이한 판단이 유골 은폐 의혹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해수부의 부실한 보고 체계,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해수부 시스템 붕괴가 이번 사건을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세월호에서 사람으로 추정되는 뼈가 발견된 것은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쯤이다. 오전 11시30분쯤 현장수습반 팀장이 최초로 실물을 확인했다. 김원태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은 같은 날 오후 이철조 선체수습본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의혹에 대해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김현태 부본부장이 18일로 예정된 미수습자 장례식 이후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철조 본부장에게 보고를 한 것. 현장에서의 안이한 판단이 유골 은폐 의혹을 초래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영춘 장관은 "이철조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장의 얘기로는 김현태 부본부장이 발견된 유골을 이미 수습된 몇분의 것이라고 짐작하고 예단했다고 한다"며 "가능성이 크지 않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서 장례 일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고통의 시간을 더 보내게 하는 것이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는 못내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월호에서 유골이 추가로 발견된 사실을 중대한 사안이다. 때문에 보고라인을 통해 해수부 장관에게 해당 사안은 보고가 됐어야 한다. 하지만 김영춘 장관은 유골 발견 사실을 20일 저녁이 돼서야 알았다.
18일 목포신항에서 영결식이 열렸고 현장에 장관이 있었는데 왜 보고를 받지 못했냐는 질문에 김영춘 장관은 "저도 이상하게 생각한다.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해수부는 김 부단장 및 현장 관계자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춘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앞서 유가족 및 미수습자가족, 국민들께 거듭 사과했다. 김영춘 장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기강을 다잡고 분골쇄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해수부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지시했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오전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세월호유골 은폐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정부는 최단 시간 은폐 진상을 규명해 가족과 국민 앞에 밝히고 책임자를 엄정히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