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혁이 사망했다. <사진=뉴스핌DB> |
[뉴스핌=장주연 기자] 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마흔다섯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사흘 전 트로피를 품에 안고 환하게 웃던 얼굴이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됐다.
김주혁은 올해 유난히 부지런히 달렸다. 개봉일로 따지면 지난 1월 선보인 영화 ‘공조’가 올해 첫 작품이었다. 극중 김주혁은 악역 차기성을 연기,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찍었다. 김주혁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찬사가 쏟아졌고, 영화 역시 78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기세를 몰아 그해 5월에는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 극장가를 찾았다. 김주혁은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을 통해 또 한 번 악역에 도전, 완전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9월에는 tvN드라마 ‘아르곤’에서 김백진 기자 역을 맡아 치열한 언론의 모습을 그려내며 성공적인 안방 복귀를 알렸다.
신작을 내놓으면서도 틈틈이 새로운 영화 촬영도 이어갔다. 지난 8월까지는 정우와 함께 ‘흥부’를 찍었다. ‘흥부’는 고전 흥부전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극중 김주혁은 흥부(정우)의 조력자이자 백성을 돌보는 지혜로운 양반 조혁을 열연했다. 7월부터는 조진웅, 류준열 등과 ‘독전’ 촬영을 들어갔다. 이번에는 중국 마약 시장의 거물, 하림으로 분해 파격 연기를 펼쳤다. 크랭크업 전이나 그의 촬영분은 모두 끝난 상태다.
반면 알려진 것과 달리, ‘창궐’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크랭크인은 했지만, 김주혁은 특별출연 격이라 아직 촬영을 진행하지 않았다. ‘열대야’ ‘짝꿍’ 등 출연도 조율 중이었으나,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모두 불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그의 유작은 ‘흥부’ 혹은 ‘독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봉 시기상 ‘독전’일 가능성이 크다.
영화 '공조'에서 인상적인 열연을 보여준 고 김주혁 <사진=뉴스핌DB> |
올 초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20년 차 베테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연기에 대한 강한 열정을 드러냈다. 특정 시점을 꼬집을 수는 없지만 꽤 오래전부터 새로운 장르, 역할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다고, 이제 채우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지난 27일 ‘더 서울 어워즈’ 영화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서도 또 한 번 연기 갈증을 고백했다.
“영화에서 처음 상을 타본다. 올해로 연기한 지 20년이 됐다. 이 상은 하늘에 계신 저희 부모님이 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다”고 인사하던 그 날의 김주혁은 끝내 연기 갈증을 채우지 못한 채 사랑하는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한편 1972년생인 김주혁은 배우 고(故) 김무생의 둘째 아들로 지난 1993년 연극배우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영화 ‘도시비화’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 데뷔했고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했다. 이후 영화 ‘싱글즈’ ‘홍반장’ ‘사랑따윈 필요없어’ ‘아내가 결혼했다’ 등 로맨스 영화로 인기를 얻었으며,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무신’ ‘구암 허준’ 등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2013년에는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에 출연, ‘구탱이 형’으로 폭넓은 사랑을 얻었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