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MS처럼 독점 억제 강화로 성장 저해 우려"
미국 첨단기술 기업들, 3Q 로비에 113억원 이상
[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에 대한 유럽과 미국 정부의 규제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술 기업이 정부 규제에 맞서 향후 어떻게 대응에 나설지 월가에서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고 미국 금융주간지 배런스(Barron's) 최신호가 관심있게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은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의 독점력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주 미국 대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해외 서버 저장 데이터 소유권 및 관할권 문제를 놓고 심리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의원들은 인터넷 기업들에 정치 광고 구매자의 정보를 공개토록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유럽연합(EU)이 구글에 불공정거래 혐의를 들어 사상 최대 규모인 24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EU 집행위원회의 판결은 월가의 큰 관심을 끌어 모았다.
◆ 마이크로소프트, IBM 사례 떠올리는 업계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처럼 정부의 반(反) 기술 기업 정서가 강해지자 월가에선 이들 기업의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과거 반독점 남용 혐의로 미국 법무부와 정부에 소송이 걸려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던 IBM과 MS처럼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도 강해진 정부 규제로 시장 경쟁력이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 뉴욕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올려 놓은 일등공신일 뿐 아니라 높은 밸류에이션(주가수익배율(PER) 기준, 아마존의 경우 PER 124배)을 적용 받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예를 들면 지난 1998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법무부로부터 제소 당한 MS는 반독점 위반 문제가 해소되기까지 약 13년 동안 주가가 약 13%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62% 오르고, 경쟁사인 오라클과 SAP의 주가가 3배 뛴 것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 것이다.
당시 연방법원은 MS가 운영체제(OS) 시장의 독점력을 남용,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OS와 함께 끼워 판매함으로써 경쟁사인 넷스케이프 등에 피해를 줬다고 판결했다. 당시 토마스 펜필드 판사는 MS를 두 개의 사업부로 분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과 구글 등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독점력에서 나오는 네트워크 효과로 상당한 혜택을 본다. 예를 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체가 구글에 광고를 하거나 아마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독점력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착취 등 불공정한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아마존이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 '에코 홈 스피커'를 손익분기점 이하에서 판매하고 무료 배송과 스티리밍 비디오를 제공하는 '프라임 멤버십'을 서비스 생산 비용 밑에서 번들(묶음) 형태로 판매하는 것은 '약탈적'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 대형 기술업체 해체 시도할까 '사전 대응' 중
정부가 과거 MS의 사례처럼 대형 기술 기업들을 해체하기 위한 시도에 나설 것이라는 극단적인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술 기업들에 정부와 대중들에 자신들의 사업 모델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오라일리 미디어의 팀 오라일리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스톡옵션과 상거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창출되는 일자리와 같은 인터넷 사업 모델의 경제적 투입물과 산출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라일리 CEO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와 구글의 래리 페이지 창업자와 수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저명한 언론인이자 미래학자로 평가받는다.
또 그는 MS와 IBM의 사례처럼 "기업들이 잘못할 때가 있는데, 기업들이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보다, 고객으로부터 돈을 뺏어오는 방법을 사용했을 때가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분기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은 의회 로비 활동에 1000만달러(약 113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로비공개법에 따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지난 9월 30일까지 3개월 간 구글과 페이스북은 의회 로비 활동에 각각 417만, 285만달러를 썼다. 트위터의 경우에는 그 금액이 12만달러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규모의 로비 활동은 미국 정부의 아동 청소년 성매매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압력이 높아진 시기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