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산업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은 제조업, 물류,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로봇이 일상적인 존재로 자리 잡으면서, 동작과 정밀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인 로봇 감속기(Robot Reducer)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산 기술력으로 차세대 감속기 개발에 나선 '아이로보틱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로봇감속기는 모터에서 발생하는 고속 회전을 낮은 속도이면서도 높은 토크(회전력)로 바꿔주는 장치다. 쉽게 말해 모터의 빠르고 작은 움직임을 느리고 강한 힘으로 변환해, 로봇이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감속기는 크게 하모닉 드라이브(Strain Wave Gear), RV 드라이브(Cycloidal Reducer), 유성감속기(Planetary Gear)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하모닉과 RV 드라이브는 유격이 거의 없는 '제로 백래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고정밀 작업이 필요한 산업용·협동 로봇, 반도체 장비, 의료용 로봇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쓰인다.
로봇감속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의 기술 선도 기업들이 장기간 과점해온 분야다. 일본 기업들이 사실상 표준을 제시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도 저가 공세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과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를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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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로보틱스 로고. [사진=아이로보틱스] |
로봇 감속기 시장은 일부 기업의 과점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 아이로보틱스가 최근 차세대 고정밀 감속기 라인업을 내세워 도전에 나섰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로봇과 방산 산업을 겨냥한 신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로보틱스는 전문 인력 영입을 통해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하모닉드라이브 미국 본사에서 기술개발에 참여한 경력을 가진 로봇 감속기 전문가 김데이비드형(김형모) 대표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로봇 감속기의 국산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회사의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다.
아이로보틱스의 전략은 '경량화와 가격 경쟁력, 고정밀'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회사는 ▲하모닉 드라이브 ▲RV 드라이브 ▲장구형 웜 감속기 등 3대 핵심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품에 질화규소(Si₃N₄) 세라믹 볼베어링을 적용해 약 30%의 경량화와 글로벌 시장 대비 40%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한다.
향후 사업 일정도 구체적이다. 올해는 제품 설계와 기술 검증에 역량을 집중하며, 본격 생산 준비를 마친 뒤 국내외 파트너사와 공동개발 및 양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후 2027년에는 유럽·북미로 수출을 확대하고, 2029년에는 고부가가치 라인업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특히 아이로보틱스는 로봇감속기 신사업을 위해 총 14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신주 발행가액이 최근 1개월 평균 주가 1,422원 대비 약 10%의 할증률이 적용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유상증자 시 신주 할증발행은 흔치 않은 케이스로 알려져 있는 만큼 아이로보틱스의 미래 성장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의 관련기업 2개사와 로봇감속기 핵심 설계기술 이전과 생산기반시설 공유 및 공동 마케팅 등 업무 전반에 걸친 협력 관계를 추진 중이다.
김데이비드형 대표이사는 "아이로보틱스의 고정밀 로봇감속기 시장진출은 국내 로봇 산업의 경쟁 구도 재편의 출발점이 될 것" 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약 46조2026억원규모로 평가되며,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오는 2030년에는 시장이 81조534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장세는 로봇감속기 수요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하모닉과 RV 드라이브 시장은 현재 약 2조383억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4조767억원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nylee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