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8인 "소장 및 재판관 공석 장기화 우려...조속히 임명해야"
헌재 잇단 논란에 위상 ‘흔들’...대통령 인사결정에 처음으로 공개 반발
30년 걸친 국민 신뢰 문재인 정부에서 ‘와르르’ 무너질 위기
헌법재판소 /김학선 기자 yooksa@ |
[뉴스핌=김규희 기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공석인 소장과 재판관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했다.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가 국정감사에서 정쟁의 대상이 되자 헌법재판관 전원이 대통령의 인사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 전원이 16일 간담회를 열고 논의를 거쳐 “소장 및 재판관 공석 사태 장기화로 인해 헌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조속히 임명절차가 진행되어 헌법재판소가 온전한 구성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 측은 청와대의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 결정을 국회를 무시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졌던 국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도 야당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헌법재판소는 김 권한대행이 정쟁의 대상이 됐고, 이로 인해 헌재의 위상이 추락할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아 공개적으로 헌재소장 임명을 촉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1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촛불을 듣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헌법재판소는 1987년 부활 이후 국민의 신뢰를 쌓아왔다. 30년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위상을 가지게 됐다.
헌재는 1960년 4·19 혁명으로 이뤄진 제2공화국 때 도입됐다. 이듬해 헌재법이 마련되고 설립을 눈 앞에 뒀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무산됐다. 이후 1987년 9차 헌법 개정을 통해 헌재가 다시 설립됐다.
초창기 헌재의 위상은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다. 헌법재판관 자리는 대법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헌재가 맡은 굵직한 사건도 없었다. 헌재의 목소리를 담은 판결도 없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헌재의 위상은 급부상했다. 2004년 5월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신행정수도 특별법 사건을 맡으며 헌법최고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거쳐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에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그 위상을 재확인했다.
그런 헌재가 문재인 정부 들어 소장 지명자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고, 권한대행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했으나 국회는 지난달 11일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또 지난 8월 8일 이유정 변호사를 재판관으로 지명했지만 ‘주식 대박’ 논란 등으로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 유지를 발표하면서 헌법재판관 전원의 동의를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13일 국정감사 파행을 겪은 헌법재판소의 커진 위기감이 문 대통령에 대한 인사 반발로 이어졌다는 게 헌재 주변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청와대는 신속히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예정이며 9인 체제가 구축되면 당연히 재판관 중 소장을 지명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가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안을 갖고 있어 그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장을 바로 지명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앞서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