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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무한 경쟁의 비극과 폭력,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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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황수정 기자] 우리 시대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 이재준, 각색 오인하, 배우 우미화, 박정복, 강승호, 오정택, 신창주, 이지혜가 참석했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신념을 지키려는 선생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 사이의 날 선 대립을 통해 자본주의 시대가 만든 무한 경쟁의 비극과 폭력성을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 극작가 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가 1980년에 쓴 작품이 원작으로, 초연 당시 구시대의 몰락과 새로운 시대의 혼란스러운 이데올로기를 그린다는 이유로 공연 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 전역은 물론 유럽 전역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공연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이재준 연출은 "시대적 차이가 크지만, 사실 지금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진 부분이 많았다. 오래 전에 쓰여진 희곡이지만 지금 공연되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답을 주기보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공연을 보려 오신 분들이 이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엘레나' 선생님과 그에게서 열쇠를 빼앗으려는 학생들의 대립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엘레나 선생님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취하고, 여학생 '랼랴'에게도 폭력적으로 행동한다. 이 연출은 "원작에 비해 조심스럽고 순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시대에 여성들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은 알지만, 원작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장면들을 바꾸는 것이 맞나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고민들이 오히려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더라"며 "관객들이 보실 때 불편하고 힘들 수 있지만, 최대한 작품의 본질적 의미를 전달하되 순화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각색을 맡은 오인하 역시 "원작자도 여성이다. 스스로 그 장면, 이 작품을 통해 뭘 얘기하려고 했는지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분명히 이유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선과 도덕적 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수학선생님 '엘레나' 역은 배우 우미화가, 엘리트 학생이지만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학생 '발로쟈' 역은 박정복, 강승호가 더블 캐스팅 됐다. '빠샤' 역은 오정택, '비쨔' 역은 신창주, '랼랴' 역은 이지혜가 맡아 열연을 펼친다.

우미화는 "많은 사람들이 엘레나의 무기력함에 화난다고 하지만,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엘레나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중요다하고 생각했다"며 "엘레나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학생들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 기성세대들이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는 기성세대와 후대, 아이들의 구도가 생긴다. 때문에 기성세대가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폭력적이자 주도적 인물 '발로쟈' 역을 맡은 박정복은 "사이코패스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연기하려 했는데, 주변에 너무 많아서 안타깝더라"고 말했다. 강승호 또한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더라. 그래도 이를 설득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고민했다. 연기를 하면서 그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2009년 초연했을 때보다 '랼랴' 역의 비중이 커졌다. 이 연출은 "원작과 초연을 비교했을 때 '랼랴' 부분이 많이 삭제돼서 복원했다"며 "극 인물들 중 유일하게 자기 의지로 변화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랼랴' 역을 맡은 이지혜는 "가장 질문이 많았던 캐릭터였다. 잘못 보면 김치녀 같기도 하도 마냥 어린 여자 같기도 하지만, 사회 구조에서 오는 압박, 특히나 여성으로서 나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런 이유를 설득하고 싶었다"며 "희생자가 되는 도구적 인물이 아니라 주체성을 가진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다. 극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관객들이 선입견을 조금만 걷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색을 맡은 오인하 역시 "진부하지만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그렇게 굴러간다. 차갑고 어두운 시대에 무너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성별, 계층 차이가 아닌 인간이 왜 목표를 가지고, 그를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작품을 통해 관객이 생각할 수 있다면,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드러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오는 10월 1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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