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트릴로지' 연작이 '프론티어 트릴로지'로 유종의 미를 거둘 준비를 마쳤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 김은영, 배우 최수형, 박인배, 김동원, 문태유, 김우혁, 임강희, 전성민이 참석했다.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2015년 에딘버러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카포네 트릴로지' '벙커 트릴로지'에 이은 '트릴로지' 연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각 에피소드가 독립된 공연으로 진행된다.
이 작품은 150년 전 황량한 서부시대를 담은 작은 성당을 실감나게 무대 위에 구현, 성경의 이야기를 기반에 두고 있다. 김은영 연출은 "'복수는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하는 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모든 인간이 저질렀던 행동은 어떤 식으로든 심판을 받는다는 코드가 전체 이야기를 관통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 '피로 물든 달'은 1853년을 배경으로 달이 환하게 뜨던 밤 예배당을 찾아아 형을 죽일 계획을 밝힌 '레비'의 이야기, 두 번째 '시계는 정오를 친다'는 1864년 농부 '벤자민'과 보안관 '펠릭스'가 철도회사와 갈등을 빚다 예배당으로 도망친 이야기, 마지막 '방울뱀의 키스'는 1866년으로 살인자를 찾으러 온 젊은 보안관과 '마노아' 신부가 살인자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속편으로 꾸며진다.
세 에피소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마노아 신부는 배우 최수형, 박인배가 맡는다. 김동원과 박은석은 '에녹' 역, 문태유와 김우혁은 '펠릭스' 역, 임강희와 전성민은 '엘레나' 역을 맡았다.
박인배는 " 각 에피소드가 몇 년 간격으로 진행되는데 미묘하게나마 시간의 흐름을 표현해야 한다. 조금씩 늙어가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눈을 가리고 있다보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외워야 한다"며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최수형 역시 "극중 '계곡 주민을 15년 동안 돌봤다' 등 대사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려 한다"며 "맹인 연기는 처음인데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계속 부딪혔다. 신부가 점잖고 말은 별로 없는데 힘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이번 공연은 관객들이 앞뒤로 포진된 이면 무대로 꾸며졌다. 배우들과 관객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으며, 때문에 배우들의 부담과 걱정도 많아졌다고.
김 연출은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 지 고민이 많이 됐다. 다른 작품과 달리 가운데 통로를 뚫어서 더 관객과 소통하도록 했다"며 "많은 움직임으로 배우들의 위치를 변화하고, 크로스하는 동선을 활용하려고 했다. 위치에 따라 배우의 표정이 보일 때도 있고 안 보일 때도 있는데 관객들이 궁금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벙커 트릴로지'에 출연한 바 있던 문태유는 "'벙커'는 삼면이었다. 그걸 경험했기 때문에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삼면보다 이면이 더 힘든 것 같다. 연기를 하거나 동선을 만들 때 더 신경쓸 게 많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했던 임강희 역시 "에피소드에 따라 공간이 달라져 계속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동원은 "양쪽에서 관객들이 바라봐주니 힘을 많이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우혁은 "트릴로지도 처음이고 무대 경험이 많지 않아 부담되지만 배워가는 게 많다"며 "처음부터 이면 무대에서 해 굉장히 떨리는데 형들, 누나들이 많은 조언을 해줘서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전성민은 "관객들이 굉장히 가까워서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연기를 해보니 관객과의 거리가 연기에 방해를 주지 않더라"며 "오히려 더 도움이 되고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되더라. 마음을 놓고 즐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연출은 "서부시대 장르를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했지만, 사랑하는 삶에 대한 드라마, 원작 자체가 갖고 있는 힘에 집중했다"며 "총싸움이 아닌 그 안에서 이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떻게 책임을 졌는지 등 그런 이야기에 관객이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오는 1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아이엠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