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낙폭 12% 달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가 3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 도발 가능성과 허리케인 어마의 위협이 자리잡은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에 ‘팔자’가 쏟아져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사진=AP/뉴시스> |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8일(현지시각)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0.5% 밀리며 91.011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5년 1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연초 이후 달러화의 낙폭은 12%로 확대됐다. 천재지변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지만 달러화는 연일 매도 압박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부채 한도 상향 시한을 3개월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를 이뤘지만 달러화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두드러진 달러화 약세 흐름이 ‘퍼펙트 스톰’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달러화 약세는 유로화 강세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진단이다. 전날 통화정책 회의를 가진 유럽중앙은행(ECB)이 10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축소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강유로-약달러’의 구도가 더욱 강화됐다는 얘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 강세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지만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발을 빼는 소위 ‘출구전략’에 대한 의지를 밝히자 투자자들은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매수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 저하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전날 저조한 인플레이션이 과도기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울러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의 10월 사임 결정도 올해 세 번째 금리인상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MUFG의 데릭 하페니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20%로 떨어졌다”며 “허리케인에 따른 경제적 파장에도 정책자들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ING의 비라지 파텔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최근 금융시장의 두드러진 추세는 ‘리스크 오프, 달러 오프’라고 전했다.
슈로더의 아자드 장가나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올해뿐 아니라 내년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한풀 꺾였다”며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없이는 달러화의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연일 하락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통했던 2.1% 선을 뚫고 내린 데 이어 내림세를 지속, 9일 장중 2.046%까지 밀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