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하리'에 출연한 빅스 레오(정택운)<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
[뉴스핌=양진영 기자] '마타하리', '나폴레옹', '햄릿'. 빛나는 올해의 뮤지컬 뒤에는 아이돌이 있었다. 벌써 베테랑 수식어를 단 아이돌 캐스트들이 무대의 적지 않은 부분을 채웠다.
가수 출신, 혹은 아이돌 멤버들이 뮤지컬에 진출한 지는 이미 오래다. 벌써 여러 차례 무대에 서며 경험을 쌓은 에프엑스 루나, 비투비 서은광, 이창섭, 빅스 레오, 켄, B1A4 신우 등이 여전히 제대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이 뮤지컬에 도전한 B.A.P 대현까지 캐스팅 과정을 짚어봤다.
◆ 차근차근 코스 밟아온 '대기만성형'…레오·켄·이창섭·서은광 '연륜' 증명
지난 2016년 초연 때 뮤지컬 '마타하리'에 출연한 빅스 레오는 올해 한 차례 더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풀하우스'로 경험을 쌓은 그는 뮤지컬 무대를 차근히 준비해온 결과로 초연작인 '마타하리'에서 오디션을 통해 '아르망' 역할을 소화했다.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그는 '몬테크리스토'를 거쳐 '마타하리' 재연에도 부름을 받았다. 초연 당시 '택르망'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정택운(레오)은 재차 무대에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뮤지컬 '햄릿'의 켄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
켄 역시 첫 뮤지컬 '체스' 이후 당시 호연과 가창력을 인정받아 대작 '햄릿'의 주요 캐스팅을 꿰찼다.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레오, 켄의 '마타하리'와 '햄릿' 캐스팅 계기를 두고 "멤버의 이미지에 따라 캐스팅이 오는 편이다. 작품에 따라 오디션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작품과 새로운 캐릭터의 도전이 되는 작품은 캐스팅 제안이 없더라도 오디션에 도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창섭과 서은광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벌써 각각 두 번째, 세 번째 뮤지컬 출연인 만큼 연륜이 남다르다. 앞서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 역을 훌륭히 소화한 덕에 '나폴레옹' 제안을 받은 이창섭은 초연작이지만 웅장한 스케일과 훌륭한 선배들에 매료돼 단박에 출연을 결정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은광도 '총각네 야채가게'를 무사히 마친 뒤 대작 '햄릿' 캐스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9월26일 막을 올리는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도 그의 무대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 아이돌도 오디션을 본다…'레베카' 루나·'나폴레옹' 대현
배우 민영기와 루나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레베카’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최근에는 아이돌 역시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따는 일이 일종의 관례처럼 자리잡고 있다. 대형 제작사의 대형 뮤지컬일 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루나는 오디션을 통해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에서 모든 갈등과 전체 스토리의 당사자가 되는 나(아이) 배역을 맡았다. 트리플 캐스팅으로 오른 김금나, 이지혜와 함께 뉴 캐스트로 나란히 이름을 올린 배경에는 단연 루나의 긴 뮤지컬 경력이 플러스 요인이 됐다.
대현 역시 처음 도전하는 뮤지컬 '나폴레옹' 출연을 두고 오디션에 임했다. B.A.P 메인 보컬로 뽐내온 매력적인 음색과 탄탄한 실력은 그를 나폴레옹의 동생 뤼시앙 역으로 낙점케 하기 충분했다는 후문. 여느 아이돌 멤버들도 첫 뮤지컬에서는 으레 오디션을 거치기 때문에 대현의 도전은 일반적인 수순을 따른 셈이다.
'나폴레옹'에 출연한 정대현 <사진=TS엔터테인먼트> |
한 관계자는 "보통은 첫 뮤지컬에서는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한 두 차례 뮤지컬에서 활약한 멤버들은 흥행 성적을 고려해 그 이후로는 캐스팅 제안을 받고 조율을 거치게 된다"고 아이돌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기는 하지만, 업계 나름대로의 검증은 철저하다는 얘기다.
화려한 전작과 티켓파워를 지닌 아이돌도 굳이 오디션을 치르는 이유는 있다.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 멤버들 중에도 이제는 뮤지컬에 도전하려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라며 "이미 뮤지컬에 도전한 아이돌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성과도 있었기에 오디션장에서는 아이돌 멤버를 향한 편견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