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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속살] 성과연봉제 인센티브 1600억 '뜨거운 감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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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법적 환수근거 없어 "공공기관이 자율적 판단"
공공기관 '눈치작전'..혈세가 쌈짓돈 전용 우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정부가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조기도입한 공공기관에 직원 인센티브로 지급한 1600억원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박근혜 전 정부에서 급박하게 추진하던 성과연봉제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폐지로 방향을 틀면서 공공기관들은 잇따라 이 제도를 없애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일부 공기업은 직원들이 받은 인센티브를 노사 합의를 통해 일괄 반납키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지급한 인센티브를 회수해야 할지, 환급받는 인센티브는 어떤 용도로 써야 할지 몰라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지급된 인센티브에 대해 법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공공기관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어서 국민의 혈세로 지급한 돈이 '쌈짓돈'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 무리하게 밀어붙인 성과연봉제 후유증…줬다 뺏은 '나쁜 인센티브'

박근혜 전 정부는 지난해 공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강도 높게 추진했다. 성과연봉제는 직원들의 업무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같은 직급이라도 실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해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겠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이를 조기도입한 공기업·준공기업 등 119개 공공기관에 160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도입 시기가 빠른 공공기관엔 직전년도 월 기본급에 최대 100%, 나머지 기업들은 50%, 25%, 20% 등으로 차등 지급했다.

직원수 2만명이 넘는 거대 공기업 한국전력은 기본급의 20%에 이르는 174억원, 직원수 2200여 명의 한국남동발전 역시 기본급의 20%인 43억여 원, 직원수 1300여 명의 한국석유공사는 기본급의 25%인 17억여 원을 지급받았다.

지난해 9월 23일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하지만 대선 후보 시절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지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성과연봉제 운영의 적절성' 항목을 없애면서 성과연봉제는 사실상 폐지됐다.

119개 공공기관 중 절반 가량은 이미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폐지를 결정했거나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보수 체계를 원점으로 돌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한 공기업에 선지급한 1600억원의 인센티브는 눈 먼 돈으로 전락했다. 공공기관들은 이 돈을 다시 정부에 반환해야 하는지, 아니면 회사에서 다른 용도로 써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이미 지급된 인센티브를 무슨 명목으로 되돌려받아야 하는지 골칫거리가 됐다.

◆ 기재부 겉으론 '노터치'..속내는 '자발적인 회수 압박'

일부 공기업은 노사가 합의해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면서 직원들이 받은 인센티브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기로 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달 성과연봉제 확대를 백지화하고 임직원이 지난해 받은 조기도입 인센티브 30억여 원을 반납해 이를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기금으로 사용키로 노사가 합의했다.     

가스공사는 3, 4급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22억원의 인센티브는 환급받기로 했다. 조폐공사도 지난달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를 호봉제로 환원한 후, 직원들이 기존에 받은 인센티브를 반납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인센티브 반납과 관련, 노사 합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미 지급한 인센티브를 반납하기 위한 노사 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인센티브 반납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성과연봉제의 사실상 폐지 이후, 이미 지급된 인센티브의 환급 여부와 환급된 인센티브 사용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없이는 회사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요구하고, 구체적인 지침까지 하달해놓고 이제 와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니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노사합의를 통해 올해 초 성과연봉제 확대 차등 제도를 도입, 실행하고 있는데 1년도 안돼 다시 원점으로 돌리려니 헷갈린다"면서 "특히 이미 직원들에게 지급된 인센티브를 다시 돌려달라는 것은 직원들 개개인의 의사를 무시하는 처사라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직원들에게 지급한 인센티브를 다시 환수해 회사 내부에서 고용창출비용으로 사용키로 한 공공기관들도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할 실정이다.

정부가 공공기관들의 인건비 지원 명목으로 올해 예산에 편성한 인센티브가 아닌, 정부의 기금에서 별도로 편성한 인센티브의 경우, 사용 전 정부와의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기업 산하의 준공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전경 <뉴스핌 DB>

반면 정부는 지급된 인센티브에 대해 법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회사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지급된 1600억원 인센티브에 대해 법률 자문 결과 적절하게 지급된 인센티브에 대해 정부가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회사 자율 원칙에 맡기기로 했다"며 "다만 노사가 협의를 통해 보수체계를 환원하거나 완화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여건들을 감안해 반납 여부도 협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기업들은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면서도 사실상 보이지 않는 회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당장 올해 국정감사에서 성과연봉제 졸속 추진으로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공공기관들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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