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겉모습만 꾸미는 것은 디자인 아냐"
소비자 불안 해결할 ‘진정성’을 담는 것이 향후 과제
[뉴스핌=김겨레 기자] 최근 가전업계는 개발과 설계에 앞서 디자인부터 구상하는 추세다. 다른 제조사와 구별되는 고유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특히 중견 가전업체들은 삼성전자·LG전자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대기업,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앞세운 중국 가전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헌정 대유위니아 디자인센터장 <사진=대유위니아> |
최헌정 대유위니아 디자인센터장(상무)은 "제품 구상부터 제조, 마케팅까지 모든 단계에서 디자인에 방점을 찍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지난 199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코웨이를 거쳐 2014년 말 대유위니아로 옮긴 후 지금까지 20년간 가전 디자인 한 우물만 파온 베테랑이다.
과거에는 엔지니어가 제품을 설계한 뒤 디자이너에게 사양을 넘겼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제품의 소재와 컬러 등을 정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요즘은 초기 단계부터 디자이너가 참여해 제품 분위기와 사용자 편의 기능을 제시하고, 엔지니어들이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와 접목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쓰면서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사용자경험(UX, User eXperience)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유위니아 김치냉장고에는 '웰컴 라이팅'을 적용해 평소에는 꺼져 있다가 사람이 다가가면 디스플레이에 불이 들어온다. 올해 처음 내놓은 공기청정기에는 멀리서도 공기 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좋음, 보통, 나쁨 세 단계를 눈에 띄게 표시한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이 같은 제안을 디자이너들이 한다는 얘기다.
사소한 편리함이라도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면 해당 브랜드의 다른 제품까지 구매하는 '마니아'가 된다. 대유위니아는 '웰컴 라이팅'이 호응을 얻자 밥솥과 냉장고에도 적용했다.
웰컴 라이팅 <사진=대유위니아> |
최 센터장은 "무엇이든 남들과 다른 것을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 디자이너들의 기본 자세"라며 "이런 생각이 혁신으로 이어져 ‘썸씽 뉴(Something new)’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디자인업계에서 '진정성'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옥시 사태나 정수기 니켈 검출 파동, 배터리 폭발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 센터장은 "도색이 아닌 진짜 알루미늄, 나무 느낌의 필름 대신 실제 목재를 사용하는 '진짜 소재'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