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모아놓은 사실상 2개부처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9년 보수 경제정책' 주도...조직개편 필요성 제기도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김동연 후보자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수장으로 낙점되면서 기재부의 시선이 정부조직개편에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돼 사실상 ‘2개 부처’를 모아놓은 기재부가 지금처럼 통합체계를 유지할지, ‘권한분산’을 명분으로 나눠질지에 따라 부처 위상과 관련 공무원들의 입지와 지형도가 크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가 5월 23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광화문 예금보험공사에 출근, 기자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기재부 일각에서는 분리에 대한 득과 실을 따져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문제 등 시급한 대통령의 우선 과제가 일단락되면 기재부 재정비 논의가 불거질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나누기에는 ‘부담’
기획재정부는 다른 정부 부처와 달리 부처 사이의 위상, 국가 경제방향의 주도 등 측면에서 개편이 쉽게 이뤄질 수 없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기재부는 정부 수립 이후 숱한 변화를 거듭해 왔다.
크게는 기획예산 분야와 국가재정 분야의 두 줄기로 나뉜다. 이 두 분야는 정권의 필요성에 따라 분리와 통합을 거듭했다.
현재 기재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경제정책조정역량 강화와 재정기능 일원화라는 명분으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설립됐다. 이 가운데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기능은 금융위원회로 이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도 원래는 큰 틀에서 기획재정부와 한 몸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김영삼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회로 분리됐고, 금융감독위원회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의 금융감독기능이 이관되면서 설립됐고, 통화신용정책도 한국은행으로 각각 옮겨졌다.
이에 따라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부조직개편에서는 늘 기획재정부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부처가 개편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워밍업 기간을 가지지 못하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의 개편은 전면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재부를 분리하려면 ▲예산·국고·재정기획·공공정책·미래정책을 비롯한 예산과 중장기계획을 관장하는 기획예산처 ▲세제·경제정책·정책조정 등 정책기획기능과 더불어 국제·국내금융정책을 관할하는 재정경제부로 분리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 부분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재부를 나눌 경우 ‘분리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는 데 요구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분리 과정과 분리 이후 역할이 경제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처 재정비 기간에 돌발적인 단기 위기가 대두될 경우 대처 능력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른 부처도 분리가 쉽지는 않겠지만 기재부는 경제의 방향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분리할 경우에는 치밀한 계획과 시간이 필수적이다”며 “현 정부는 탄생 과정에서 이같은 논의를 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부조직개편에서 당장은 쉽게 분리안을 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대대적 개편’ 관측도
정부조직개편은 새로운 정권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단순히 부처를 뜯어 붙이고 자르는 것이 아닌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다.
관가에서는 당장 기재부 개편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통령 재임 기간 내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을 최소화하기로 했고, 일자리 문제와 검찰 개혁 등 ‘힘이 있을 정권 초기’에 밀어붙여야 할 일이 많아 후순위로 밀렸을 뿐 개편은 대통령 임기 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개편이 현실화된다면 2018년 하반기가 적기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개헌을 묻는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고, 국민투표가 끝난 이후 이뤄지는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시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기재부 체제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보수정권 9년’ 경제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고,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통합으로 쌓인 인사적체 등 문제도 만만치 않다”며 “분리의 필요성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