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탈·주방 가전으로 시장 다각화…유커 컴백 기대감도 ↑
[뉴스핌=최유리 기자] 국내 밥솥 업계 1, 2위 업체인 쿠쿠전자와 쿠첸이 동남아, 북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영향을 방어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올라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쿠쿠전자와 쿠첸은 사드 영향이 가시화된 올 1분기 수출액에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기간 쿠쿠는 208억원을, 쿠첸은 25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3.8% 줄어든 수준이다. 소폭 감소를 기록했지만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매출이 30~40% 빠진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밥솥 시장에 공을 들였던 양사의 수출 매출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중국 현지의 반한정서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쿠쿠는 밥솥 수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4% 줄어든 119억원을 벌어들였다. 중국 현지 법인인 청도복고전자유한공사의 매출은 80억원으로 감소 폭(33.9%)이 더 컸다. 대표제품인 IH압력밥솥과 열판압력밥솥, 전기보온밥솥 등 전 제품군에서 판매가 줄어든 결과다.
쿠첸도 마찬가지다. 중국 법인인 광동메이디쿠첸유한공사 매출은 60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16.7% 뒷걸음질 쳤다. 광동메이디쿠첸유한공사는 지난해 9월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과 쿠첸이 손잡고 만든 현지 합작 법인이다.
중국에서 빠진 매출을 메꾼 것은 동남아, 미주 등 다른 시장이다.
쿠쿠는 동남아에서 정수기 등 렌탈 가전을 키운 덕을 봤다. 올 1분기 렌탈 수출액은 6배 가까이 증가한 75억원으로 집계됐다. 동남아에서도 정수 시스템이나 관리·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니즈가 늘면서 이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2015년 7월 진출한 말레이시아의 경우 현지 렌탈·상품판매법인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렌탈 계정 8만대를 돌파한 쿠쿠전자는 올해 목표를 20만대로 잡은 상황이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밥솥으로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렌탈 가전 시장을 키우고 있다"면서 "주요 수출국을 대상으로 브랜드샵 오픈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쿠가 동남아 렌탈 가전에서 재미를 봤다면 쿠첸은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주방 가전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구이, 튀김, 볶음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멀티쿠커, 커피머신, 분유포트 등이 포함된 기타 수출 매출은 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쿠첸 관계자는 "미주 쪽은 한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멀티쿠커는 현지인들에게도 반응이 좋다"면서 "현지 업체와 함께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함께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와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준 가운데 중국 분위기까지 풀리면 해외 매출 성장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간 얼어붙었던 관계가 해빙 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사드 영향으로 주춤했지만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쿠첸은 지난달 광저우에서 개최된 중국 최대 무역 박람회 '칸톤 페어'에 참여해 현지 바이어들을 만났다. IH압력밥솥, 전기레인지, 멀티쿠커, 에어워셔, 쥬서기 등 총 40여개 제품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밥솥 시장은 중국 사드 갈등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면서 "새 정부의 변화된 정치·외교 정책에 따라 사업 환경이 호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