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테슬라로 코스닥 집단부실 우려
코스피 200 진입장벽탓 제조업 메리트 상실
특정업종 중심 전략...다양성 부족탓
[뉴스핌=김지완 기자] 코스닥시장 위상이 추락할 위기다. 지난해 코스닥 시총 3위였던 '동서'에 이어 현 시총 2위 '카카오'마저 코스닥을 떠날 모양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종목은 모두 7종목. 2010년 4월 신세계푸드를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무학과 11월 동양시스템즈, 이듬해 7월 코오롱아이넷, 9월 에이블씨앤씨 그리고 11월 하나투어가 각각 코스피로 갈아탔다. 작년 7월에는 한국토지신탁과 동서가 코스피 이전상장 절차를 거쳤다.
◆ 한국형 테슬라로 코스닥 집단부실 우려...올해 코스피200 구성방식 변경도 한 몫
왜 자꾸 떠날까. 우선 '한국형 테슬라'의 도입이 코스닥 이탈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형 테슬라' 육성이 본격화되면 적자투성이 기업이 대거 상장될 것이 뻔하다"면서 "이런 기업들이 상장이 늘어날수록 코스닥 전체가 부실시장으로 인식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1월 한국형 테슬라 상장 지원 요건을 신설했다. 이에 적자기업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코스닥 상장을 신청을 할 수 있다.
코스피200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업종분류방식 변화로 제조업에 유리한 코스피200 구성종목 방식이 사라졌다"면서 "아울러 '특례편입' 조항 변경으로 시총 50위 이내면 코스피200 편입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1994년 코스피200이 산출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코스피 구성종목 산출방법을 바꿨다. 이에 상대적으로 제조업 기업이 코스피200 편입에 유리했던 방식이 사라진 것. 과거 상대적으로 비제조업군에 속했던 기업은 누적시총 70%를 적용받았고, 제조업은 이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
기존 코스피200 특례편입 조항인 '상장 후 15매매일의 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1%를 초과시 편입'을 적용할 경우, 시총 18위 기아차(14조3296억원)도 코스피 시총 0.99%에 불과해 코스피200 편입이 될 수 없다. 바뀐 제도로는 시총 50위 한샘의 시총 5조3069억원만 넘어서면 된다. 카카오의 시총은 25일 현재 6조809억원이다.
코스닥의 특정업종 쏠림 현상으로 투자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도 지적됐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코스닥 합동IR을 나가면 죄다 게임·바이오·제약·IT 업체 일색"이라며 "IR에 참여 기업들 가운데 부동산 관련 업종은 우리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부동산업종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를 찾기는 어려워 소외감이 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25일 기준 코스닥 시총 상위 10종목들을 살펴보면 바이오와 게임·콘텐츠가 각각 4개 종목씩 차지하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반면 거래소는 시총 10위 이내 제조업, 철강업, 도매업, 인터넷, 금융, 보험, 전기가스 등 다양한 업종이 분포돼 있다. 그 만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기업 이미지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부동산 신탁업 1위 사업자임에도 코스닥에 머물러 있었는데 2위 한국자산신탁이 코스피 상장이 결정되면서 고민이 컸다"면서 "카카오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카카오가 코스닥에 상장돼 2위 사업자로 고착화돼 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 풀이했다.
동서 역시 오리온제과, 오뚜기, 농심 등 음식료주 대부분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는 점을 고려해 이전상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거래소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현실적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장은 "코스피는 K200, K100, K50 등 다양한 인덱스를 보유하고 있어 코스닥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수요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전 상장의 주된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코스피 관련 인덱스는 34개, 코스피 기반 인덱스펀드는 176개에 운용자산은 19조5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코스닥 관련 인덱스는 단 7개로 관련 펀드는 15개, 운용자산은 6조7000억원에 그쳤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