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원진 기자] 섬뜩하고 피비린내 나던 연쇄 살인마 모태구의 모습은 온데 간데없었다. 대신 바바리코트로 한껏 멋을 낸 '꽃미남' 배우 김재욱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OCN '보이스'에서 김재욱은 든든한 뒷배인 성운통운 회장을 아버지로 둔 엘리트이자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모태구 역으로 완벽히 변신,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는 건 아무래도 힘든 일. 김재욱은 "나도 시청자 입장에서 보고 또 보며 연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역할을 처음 받았을 때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 크리스찬 베일이 생각났어요. 살기로 가득 찬 모태구보다 그가 살인을 하지 않을 때 엘리트한 모습에 집중했어요. 사회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살면서 많이 봐왔고, 회상하면서 모태구란 캐릭터를 연구했죠. 살인 행위보다 사회 높은 위치에 있는 모태구의 애티튜드를 연구하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모태구는 결국 벌을 받았다. 또 다른 사이코패스 정신과 의사에 의해 무참히 살해를 당했다. 예상 가능한 평범한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김재욱은 "매우 마음에 든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태구의 유년시절 상처를 마지막 회 촬영까지 모르고 연기를 했어요. 그래서 기본적 연기 베이스는 '악인'이었죠. 솔직히 유년시절 에피소드를 알고 난 뒤에도 저는 모태구가 벌받길 원했어요. 보는 시청자들이 통쾌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권선징악 장치로 정신병원 의사가 가미된 점도 좋았어요. (마진원) 작가가 원하던 그림은 '악인은 더 큰 악인에 끝을 맞는다, 악은 순환된다'가 아니었을까요? (웃음) "
'꽃미남'이란 수식어는 김재욱의 연기 인생에 빼놓을 수 없다. 모델 출신다운 훤칠한 키에 세련된 외모, 중저음 보이스. 대중들이 그의 전작보다 종영한지 10년도 더 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속 모습을 더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재욱 스스로도 이를 잘 안다. 그는 "그동안 연기적인 부분에서 놓쳤던 게 있다면 아마 이미지"라고 털어놨다.
"제 외모보다 이미지가 문제였던 듯해요. 한동안은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릴 거야'라며 들어오는 비슷한 러브콜들이 많아서 고민이었죠. 왜냐면 그런 역할을 사실 한 번이나 두 번 밖에 안 해본 것들이거든요. 이미지 각인이 이렇게 무섭나 봐요. 비슷한 역할을 하면 제가 즐겁지 않고, 배우 인생에 소모되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됐어요. 영화나 드라마,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복합적이에요. 작품이나 역할을 보고 도전해보고 싶다란 생각은 기본입니다. 작가, 감독이 누구고 어떤 연기를 얼마나 깊이 연구할 수 있는지를 보는 편이에요."
김재욱은 자기 자신에 칭찬이 인색하다. "잘생겼다"란 취재진의 칭찬에도 "감사합니다" 쑥스러운 그다. '보이스'가 장르물로서 큰 인기를 누린 비결에 대한 질문에도 "기본적으로 글과 편집이 좋았다. 배우들의 열연도 마찬가지"라며 자신의 이야기만 쏙 빼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특히 함께 호흡을 맞춘 장혁, 백성현, 이하나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혁이 전개의 중심을 정말 잘 잡아줬어요. 무진혁 형사와 부딪치는 장면은 몇 안 됐지만 장혁과 대화 끝에 완성된 장면도 많거든요. 백성현과 후반 두 장면을 함께 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백성현 극 초반부터 자신이 스파이임을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 연기를 해오다가 후반부에 다 뿜어내는 걸 보고 연기에 감탄했죠. '보이스'는 기본적으로 작가 글이 좋았다는 점과 실화를 베이스로 한 에피소드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기에 좋았던 듯해요. 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잘 편집된 점과 여주인공 강권주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개가 색다르지 않았나. 이하나의 연기도 밑받침이 됐죠. 무엇보다 소리를 이용한단 신선한 소재, 음악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대중들은 김재욱을 또 보고 싶다. 김재욱은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차근차근 알아보고 있다"고 알렸다. 섹시한 살인마 연기로 이번 기회에 여심몰이를 제대로 한 김재욱은 오랜만에 쏟아지는 관심이 감사하면서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김재욱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상투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너무 감사합니다. 김재욱이라는 배우가 모태구란 인물을 통해서 많은 분들에 다시 각인돼서 기쁘고, 영광스럽네요. 소중한 캐릭터였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서 앞으로의 작품 선택이나 어떤 역할을 소화할지 지켜봐 주세요."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사진=더좋은 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