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역할론' 두고 김무성계와 유승민계 충돌
당 응집력 낮아지고 갈등 언제든 분출될 수 있어
[뉴스핌=조세훈 기자] 바른정당의 최대주주인 김무성 고문측과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측이 정면충돌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낮은 지지율과 잇따른 영입 실패로 위기에 빠진 바른정당이 '승자 없는 전쟁'으로 치달으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바른정당 김무성(왼쪽)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바른정당은 정병국 대표 자진사퇴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 고문과 유 의원측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김 고문측은 '김무성 역할론'을 주장하고 있다. 제3지대 빅텐트 추진을 바른정당이 주도하려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등과 접촉해 온 김 고문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유 의원측은 당의 외연 확대가 최대 과제인데 김무성 체제의 재등장은 곧 당의 사당화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13일부터 시작해 14일 새벽까지 이어진 바른정당 의원총회에선 "야 임마", "미친개, 광견병", "나가 XX" 등 도를 넘는 발언이 나왔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13일 점심 무렵 기자들에게 "김 고문 비대위원장 추대와 당내 경선룰 조정으로 이견이 있지만 합의도출 과정만 남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불협화음이 증폭된 것이다.
김 고문과 유 의원은 15일 부랴부랴 당내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어깨동무를 하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양 측 의원들간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당 일각에서 '단칸방 아버지론'을 거론하며 유승민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돈 못 버는 아버지가 집에 와서 자식들을 차별하면 안 되는데, 지지율이 낮은 유승민 의원이 되레 의원들을 차별하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양 측의 감정의 골은 벼랑 끝에 와 있는 바른정당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불출마 선언 직후인 전날 오후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발표한 긴급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바른정당 지지도는 4.7%였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게 밀려 5개 원내 정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반기문 유엔(UN)전 사무총장 영입 실패에 이어 정운찬 전 국무총리까지 입당의사를 철회하며 창당 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잠시 봉합된 당내 갈등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상황에 따라 다시 분출될 수 있다. 바른정당과 최종 후보의 지지율의 추이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이견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당내 화합이 떨어지면서 최종 대선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이 응집력 있게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의원은 "선거운동은 할 것이지만 진심으로 전력투구 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모르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